2화. 인간지능의 작동 방식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초월할 수 있을까
시리즈 총 6화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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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없으면 사고가 있을 수 없고, 유추가 없으면 개념이 있을 수 없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에마뉘엘 상데, 『사고의 본질』 중

인간의 사고는 개념과 유추를 통해 이루어짐⁵

모든 개념은 경계가 매우 불분명한 것으로, (어린 시절) 처음 학습된 이후 지속적으로 경험이 더해지면서 점차 영역이 확대됨
 
  •  의자의 개념은 처음에 하나의 구체적인 사물에서 점점 앉을 수 있는 물건으로 확대됨
    - 보통 ‘의자’는 어린 시절에 다리가 네 개에 등받이가 있는, 앉는 물건 등으로 학습됨
    - 이후 자라면서 흔들의자, 팔걸이의자, 등받이가 없는 스툴, 바에서 볼 수 있는 바스툴, 소파 등 다양한 앉는 물건을 ‘의자’로 인식
    -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으로 앉는 데 사용되는 모든 물건(등산 중 잠시 쉬는 바위, 학교에서 의자 대신 걸터앉은 책상 등)을 일종의 ‘의자’처럼 인식
 
  • 모든 개념은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불분명한 지식으로, 좀 더 좁은 의미에서의 개념과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개념 등 이용 용도에 따라 영역(층위)이 변화됨
     - 개념 확장은 개별 단어뿐만 아니라 추상화를 통해 숙어, 속담, 이야기 등 다양한 범위에 걸쳐 발생
 
  • 인간은 이렇게 모든 개념에 대해 여러 층위에서의 의미를 기억해가며, 맥락에 따라 필요한 층위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인식하여 개념을 이해

의자의 개념도

'의자'의 '개념도'를 보여주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의 의자는 학교의자가 있고, 넓은 의미에서는 바위, 난간도 의자가 될 수 있다.

자료: KB경영연구소

인간은 추상화와 유추를 통해 서로 다른 상황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문장의 구조에 맞는 개념의 층위)을 찾아내어 적용
 
  • 인간은 개념의 추상화를 통해 좀 더 높은 차원으로 개념의 층위를 높이면서 서로 다른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적용할 수 있음
    - 난 개를 키웠어. 나도 개/고양이/도마뱀/지렁이를 키웠어; 개는 같은 개를, 고양이는 같은 포유류를, 도마뱀은 같은 척추동물을, 지렁이는 같은 생물을 키웠다는 의미
 
  • 유추는 유사한 상황을 인식하는 사고방식으로, 우리가 대화 중 ‘나도’라고 말할 때 이는 상대방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일을 겪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이 겪은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 비슷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일을 겪었다는 의미

    - 한 여자가 휴가를 떠난 사이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일정을 줄여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몇 년 전에 중요한 회의 도중에 옆집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았던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 홍수와 화재라는 완전히 다른 재해에 노출되었던 경험을 추상화를 통해 개념의 층위를 높여 동일한 재해에 노출되었다는 유사한 상황으로 인식
 
  • 아인슈타인은 유추를 통해 여러 이론들을 발전시키면서 현대 물리학의 초석을 다짐
    - 아인슈타인은 한 분야에 잘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 다른 분야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유추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이론들을 다른 분야에 성공적으로 적용
    - 그 결과 그는 빛이 파동이라 인식되던 시대에 입자와 관련된 이론들을 활용하여 빛이 입자임을 예측하였고, 갈릴레오의 상대성원리를 역학이 아닌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전자기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상대성이론을 개발하였으며, 에너지보존법칙을 질량에도 적용함으로써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음을 알아냄

⁵ 인간지능의 작동 방식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에마뉘엘 상데 공저, 김태훈 역의 『사고의 본질』(아르테, 2017)의 입장을 참고하여 정리함

유추의 본질은 끝없는 외삽: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기존의 경험으로 빠르게 판단

외삽이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기존에 경험한 영역의 행동을 적용하는 것

  •  매년 여름 장마가 오는 것은 경험의 영역이지만, 내년 여름에도 장마가 오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의 영역
 
  • 그럼에도 사람들은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장마에 대비하여 하수도 등을 정비함
 
  • 자료가 없는 영역에 추세선을 그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외삽(外揷), 자료가 있는 영역에서 추세선을 그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을 내삽(內揷)이라 함

수학에서 외삽과 내삽

수학에서 '외삽'과 '내삽'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관측 추세선'에서 빨간색 점선 부분이 외삽, 파란색 실선 부분을 내삽이라고 한다.

자료: KB경영연구소

평생 접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의 양이 제한적인 인간은 생존을 위해 외삽이 필수적
 
  • 인간이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수천 권에서 수만 권에 불과하며 책으로 전해줄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을 모두 겪어볼 수는 없음
 
  • 인간은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함
    - 태블릿만 쓰던 아이가 컴퓨터를 처음 보면,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신 화면을 터치함
    - 마우스 클릭을 배운 아이는 컴퓨터를 써본 적은 없지만, 태블릿처럼 화면상의 원하는 아이콘을 마우스로 눌러 실행함
    - 아이는 태블릿에서 경험한 행동을 컴퓨터에 적용해보며 사용법을 익혀 나가게 됨
 
  • 인간은 항상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며, 그 새로운 방법은 보통 유추를 통해 기존의 방법을 개량한 것
    - 인간이 찾아내는 해결책은 보통 이미 다른 인간들이 활용했던 방식이지만, 그 개인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전수한 해결책 없이 찾아낸 온전히 본인만의 방식일 수 있음
    - 유추는 기존의 정보 구조에 새로운 개념을 대입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것
김진성

KB경영연구소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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