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사점

가상자산 생태계 내 미국 파산은행의 역할 분석 및 시사점
시리즈 총 6화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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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의 파산과 관련하여 언급되는 사안 중 주목해야 할 점은 「예측 불가능한 예금(the unpredictable deposit)」과 디지털 뱅크런(digital bankrun)」

○ [예측 불가능한 예금] 실버게이트의 가상자산 관련 예금은 기존 상업은행의 일반적인 예금과는 성격이 매우 상이하고 오히려 Western Union이 송금업무를 위해 보유하는 현금 유동성과 더 유사³(실버게이트는 이와 같은 성격의 예금을 대부분 무이자로 예치)

 

  • 전통적인 은행의 예금은 대부분의 현금이 이동하는 전문 송금사업과 달리 자금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예측이 가능(predictable)하며 이에 더해 미국의 대형 은행은 30일치의 예금 인출을 처리할 수 있는 유동자산(대부분 현금)을 상시 준비
    - 예를 들어 JP모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조 3,000억 달러의 예금과 관련하여 7,330억 달러의 유동자산을 보유했으며 그 중 75%는 미국 연준과 타은행에 현금으로 예치

 

  • 반면, 실버게이트는 잠재적인 변동성이 높아 예측이 불가능한 가상자산 관련 예금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현금 예치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며 유가증권에 투자
    -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의 11%만 미국 연준과 타은행에 현금 예치하였고 나머지는 유가증권이었으며 그 중 국채는 11%에 불과했음. 나머지 대부분은 계약 만기가 10년 이상인 모기지 담보 채권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이 채권의 가격 하락이 파산을 유발

³ Silvergate’s Bad Debts Weren’t Its Assets But Its Deposits, Bloomberg, 2023.3.6

실버게이트가 보유한 총예금 추이

실버게이트가 보유한 총예금 추이를 보여주는 막대그래프이다.

자료: 블룸버그

○ [디지털 뱅크런] 금융기관에 위기가 발생한 경우 예금자가 인출을 위해 지점에 몰리는 ‘뱅크런’과 방문 없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신속하게 예금을 인출하는 상황이 합쳐진 신조어⁴

 

  • 앞에서 살펴봤듯이 SVB의 폐쇄 이후 이에 영향을 받은 시그니처는 하루 만에 전체 예금의 20%가 인출되는 뱅크런이 발생하며 청산절차에 돌입
    - 이는 과거의 전통적인 뱅크런과는 다른 모습이며 온라인 매체(특히 모바일)를 통한 자금이체가 대중화되어 최근에는 디지털 뱅크런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음

 

○ 예측 불가능한 예금과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기관이 수익성과 사업의 확장을 추구하기 이전에 전체적인 안정성과 건전성의 보장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

⁴ 디지털 뱅크런 시대의 인터넷전문은행 예금자보호 강화를 위한 싱가포르 사례와 시사점, KB경영연구소, 2023.4

전통적인 뱅크런과 디지털 뱅크런 비교

'뱅크런'과 '디지털 뱅크런'의 '인출방법' 및 '특징'의 비교 표이다.

자료: 예금보험공사(KB경영연구소 재구성)

부실한 예금(deposit)으로 촉발된 실버게이트의 파산과 가상자산 자금의 실시간 이체를 지원한 지급결제시스템인 SEN의 폐쇄는 가상자산 관련 시장 및 참가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

○ 가상자산 관련 자금을 예치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기능이 중지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

 

  • 주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의 파산으로 미국 내 가상자산 관련 자금을 수탁할 수 있는 대체 금융기관을 물색 중이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음
    - 로이터는 미국에 기반을 둔 거래소가 유럽에서 가상자산에 가장 친화적인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해당 은행이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⁵
    - 주로 가상자산 펀드를 운영하거나 가상자산 벤처 캐피털에 관여하는 미국 기업들이 계좌개설을 문의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며 이들 중 약 80%가 실버게이트 기존 고객

 

  • 미국과 유럽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점도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수탁 기관을 찾는 것에 부정적인 영향
    - 미국은 올해 3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연방법이 규정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며 바이낸스와 최고경영자인 자오창펑을 제소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코인베이스 등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에 증권법을 적용해 제재를 강화

    - 유럽연합 의회는 지난 20일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규제 법안인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를 승인. 이 법안은 유럽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거래하는 사업자들은 반드시 EU 회원국 한 곳 이상에 등록을 하고 공시와 투자자 보호 등에서 전통적인 금융투자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 등을 명시

 

○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상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4월 30일까지 약 76%의 수익률을 기록하였지만 이는 단편적인 면을 바라본 투자심리의 영향이라는 분석⁶

 

  •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적인 금융시장과는 달리 공개되는 정보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분석적 접근이 어렵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과도하게 큰 편
    - 이에 가상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신규자금 유입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세력의 자전거래(cross trading)⁷ 때문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움

⁵ U.S. crypto firms seek Swiss banking partners amid banking meltdown, REUTERS, 2023.3.14

⁶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까?, KB경영연구소, 2023.4

⁷ 특정 주체가 동일 수량을 매도·매수하여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법

더불어 실버게이트의 지급결제시스템인 SEN의 폐쇄는 근본적으로 참가기관인 가상자산 거래소의 낮은 신뢰성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이는 최근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시스템 참가를 논의하고 있는 국내에 많은 것을 시사

○ 지급결제시스템은 금융시장의 기반이 되는 결제인프라(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지급결제시스템 참가를 희망하는 기관의 신뢰성과 결제리스크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필수

 

  • 특히 한국과 같이 참가기관 간 최종결제를 차액결제 방식으로 수행하는 소액결제시스템은 한 기관의 결제실패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어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결제불이행에 따른 시스템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
    - 이에 국내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업무 허용과 관련하여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및 신뢰성있는 기관의 참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

 

○ 만약 디지털뱅킹 환경이 매우 뛰어난 한국에서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지급결제시스템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

 

  •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SVB, 시그니처와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빨랐을 것이라고 언급
    - 초고속으로 실행되는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액결제시스템인 한은금융망 참가기관의 담보자산 기준을 상향하는 것에 대하여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임
박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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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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