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새로운 회색 코뿔소 우려

2023년 10월 11일 경제 이슈 분석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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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단행한 이후 사흘 간 이스라엘에서는 700명이 넘는 사망자와 2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하마스가 활동하는 가자지구에서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400명, 2,300명을 넘어서면서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가장 큰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9일 현재 하마스가 침입한 29개 지점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남부 8개 지역에서는 하마스와 전투가 진행 중이다.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는 다음 세 가지 배경이 지목되고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 극우 각료들의 서안지구 합병 주장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무력하게 대처하자 하마스는 정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력 충돌을 야기한 것이며, 둘째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합이 추진한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되면서, 야당과 전현직 지도자, 군인 등의 반발로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 이래 최악의 내부 분열에 빠져 있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셋째는 미국이 노력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막기 위한 의도이다. 이집트 (1979년), 요르단 (1994년)에 이어 2020년 8월과 9월에는 각각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을 경우 중동에서의 미국 동맹국간 연합세력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배후에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패권 경쟁을 하는 이란이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러한 사실을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 이란의 지원이 있었음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하마스와 협력하여 공중과 지상, 해상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와 하마스, 레바논의 시아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다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지역을 로켓과 박격포로 공격했다.


이미 이스라엘이 이란의 개입이 확인되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미 예고 했다는 점과, 이란 주도로 이슬람의 對이스라엘 다중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무력 충돌 전선의 확대 및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무력충돌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스라엘의 공격 규모와 확전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과 제한적인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를 무력화하거나, 전면적인 공격으로 하마스를 제압하고 가자지구에 온건한 팔레스타인 정부를 지원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무력충돌의 여파가 국제유가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반격이 위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이 對이스라엘 다중 전선으로 확대하고 이란 주도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우디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나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무력충돌 이전에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배경으로, 내년 초에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슬람 진영의 무력 충돌은 이러한 사우디 감산이 조기에 해제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골드만 삭스는 사우디가 내년에도 일당 100만 배럴의 감산을 유지하면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당초 전망보다 배럴당 4달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란과의 전쟁으로 확대할 경우,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은 이란의 석유수출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에 예상되는 이란의 산유량 325만 배럴이 1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감산 영향 외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수에즈 운하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도 원유 수송이나 글로벌 교역에 차질이 발생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재가속할 수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더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더 오래’ 하는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더욱 긴축적으로 변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그로 인한 경기 둔화의 속도와 깊이는 종전 전망보다 커질 것이다.


한편, 한국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對이스라엘 무역 의존도와 금융 연관성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對이스라엘 교역액은 37.25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0.26%이며 규모로는 41번째이다. 이란과의 교역 규모는 95번째로 2.06억 달러에 불과해 매우 미미하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그리 중요한 교역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중동지역 전체 교역규모는 총교역규모의 약 9%를 차지하는 1,269.8억 달러이다.


한국의 對중동 교역이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의 對중동 수입은 1,094.6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5%이며, 수출은 전체 수출의 2.6%인 175억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유가 상승에 의한 원유 수입 부담으로 경상수지 악화와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이 될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외환보유액은 2023년 8월 현재 1,984.1억 달러로 그중 일부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중앙은행의 한국 채권투자는 미미한 상황이며, 증권투자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 무력 충돌로 이스라엘 통화인 셰켈화가 2% 이상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에서 300억 달러 매각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한국에 대한 금융자산 투자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했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예상보다 컸던 그 파장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회색 코뿔소였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도 또 다른 회색 코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태의 진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면서 국제 유가 급등이나 글로벌 경제 미칠 불확실성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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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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