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는 어떤 차일까요?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쉐보레 콜벳을 꼽을 겁니다. 콜벳은 1953년 출시되어 지금은 8세대(2019년 데뷔)가 나오고 있는 유서 깊은 모델입니다.
막강한 힘과 대담하고 멋진 스타일, 성능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오랜 전통 등 고유한 특성과 개성으로 여러 세대를 걸쳐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미국 대표 스포츠카라고 할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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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는 어떤 차일까요?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쉐보레 콜벳을 꼽을 겁니다. 콜벳은 1953년 출시되어 지금은 8세대(2019년 데뷔)가 나오고 있는 유서 깊은 모델입니다.
막강한 힘과 대담하고 멋진 스타일, 성능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오랜 전통 등 고유한 특성과 개성으로 여러 세대를 걸쳐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미국 대표 스포츠카라고 할 만하죠.
쉐보레 콜벳 1~8세대 모델
출처: 쉐보레
정통 스포츠카 시장은 계속해서 극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름값 변동이나 환경 문제, 취향의 변화 등 외부 요소의 영향을 받아 성능이나 특성이 달라졌죠. 70년 역사를 이어오는 콜벳도 때때로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예를 들면 2세대부터 사용한 팝업식 헤드램프는 이후 콜벳의 상징이 되었는데 6세대에 와서는 고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성능 버전인 Z06는 수동변속기만 고집하다가 최신 세대 모델에서 자동변속기를 받아들였죠.
팝업식 헤드램프가 특징인 콜벳 5세대
출처: 쉐보레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8세대에 이뤄진 엔진의 위치입니다. 기존의 FR(앞 엔진 뒷바퀴굴림)에서 MR(미드십 뒷바퀴굴림)로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죠. 보닛이 긴 이전의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에서 뒤쪽이 보닛만큼 긴 미드십 비례로 바뀌었습니다. 미드십을 주로 사용하는 유럽산 슈퍼카 스타일이 된 거죠.
엔진 배치가 완전히 달라진 콜벳: 7세대 FR(왼쪽)과 8세대 MR(오른쪽)
출처: 쉐보레
8세대에는 또 다른 역대급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입니다. ‘아니, 요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흔하지 않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콜벳에 하이브리드는 특별합니다. 70년 역사에 처음으로 하이브리드를 받아들였거든요.
이미 다른 스포츠카 제조사는 수년 전부터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콜벳은 좀 늦은 감이 있죠. 게다가 구식인 OHV 엔진을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터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콜벳의 하이브리드 모델의 이름은 E-레이(E-Ray)입니다. 1953년 콜벳이 처음 선보인 후 딱 70년 만에 전동화 모델이 나왔죠. 파워트레인의 구성은 V8 6.2L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1.9kWh이고 센터 터널 밑에 자리 잡습니다.
보통 하이브리드 모델은 배기량이 작은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하는데, 콜벳 E-레이에는 6.2L에 이르는 대배기량 엔진이 들어갑니다. 가솔린 엔진 시절부터 대배기량 엔진을 써오던 전통을 하이브리드에서도 그대로 유지합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전체 시스템 출력은 엔진 495마력에 전기모터 160마력을 더한 655마력입니다. 토크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65.1kg·m와 17.3 kg·m이고요.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72km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얼마만큼 달릴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 있지 않습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E-레이의 하이브리드는 다른 일반 하이브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전기모터가 수시로 힘을 보탭니다. 플러그인 방식은 아니어서 외부에서 충전할 수는 없고 달릴 때 자동으로 충전이 이뤄집니다.
제동할 때 나오는 에너지 또는 주행 중 엔진의 힘을 이용해 충전하는 거죠. GM 측 설명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하면 무게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공차중량이 1,711kg으로 콜벳 Z06의 1,557kg보다 150kg 정도 무거운데, 플러그인 방식이라면 무게가 더 나갔겠죠.
쉐보레 콜벳 E-레이 계기판
출처: 쉐보레
E-레이가 콜벳 역사에 일으킨 큰 변화는 하이브리드만이 아닙니다. 네바퀴굴림도 콜벳 역사상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eAWD라고 부르는데 V8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담당합니다.
덕분에 직진 가속 성능이 향상되고 다양한 노면 상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능력도 향상됐죠. 트랙에서도 기록을 단축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테일램프
출처: 쉐보레
하이브리드와 네바퀴굴림 외에 놀랄 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7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2.5초에 불과합니다. 콜벳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하죠. 이 정도면 요즘 차 중에서는 맥라렌 720S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등과 견줄 만합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실내
출처: 쉐보레
쉐보레 콜벳 E-레이 실내
출처: 쉐보레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겉모습이나 실내가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고성능 버전인 Z06와 거의 비슷하고 일부분만 살짝 바꿨죠.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브렘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넣었습니다. 휠 크기는 앞뒤 각각 20, 21인치이고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올시즌 제품을 사용합니다.
쉐보레 콜벳 E-레이 브렘보 브레이크와 휠
출처: 쉐보레
E-레이의 경쟁 상대를 꼽으라면 딱 맞는 차를 찾기 힘듭니다. 힘이나 구조, 가격 등을 고려하면 일치하는 차가 거의 없죠. 콜벳은 예전부터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는데, E-레이의 시작 가격도 102,900달러(약 1억3,000만 원)로 타 모델 대비 낮은 편입니다.
경쟁 모델이라기보다는 미드십 하이브리드라는 같은 영역에 포함되는 스포츠카로는 페라리 296 GTB, 맥라렌 아투라, 어큐라 NSX 타입 S(2022년 단종)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페라리 296 GTB
출처: 페라리
맥라렌 아투라
출처: 맥라렌
296 GTB와 아투라의 엔진은 V6 3.0L이고 NSX 타입 S는 V6 3.5L로 V8 6.2L인 E-레이와는 실린더 수와 배기량의 차이가 큽니다. 출력은 680마력인 아투라가 655마력인 E-레이와 비슷하죠.
NSX 타입 S는 600마력으로 좀 낮고, 296 GTB는 830마력으로 175마력이나 큽니다. 가속 성능은 (0→100km/h) 아투라 3.0초, 296 GTB 2.9초, (0→97km/h) NSX 타입 S 2.9초, E-레이 2.5초로 E-레이가 가장 뛰어납니다.
어큐라 NSX 타입 S
출처: 아큐라
그럼에도 E-레이의 가격은 매력적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E-레이의 값은 트림 전반에 걸쳐 10만~12만 달러(약 1억2,600만~1억5,00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296 GTB는 32만 달러(약 4억 원), 아투라 23만 달러(약 2억9,000만 원), NSX 타입 S 17만 달러(약 2억1,500만 원)죠.
E-레이가 다른 모델보다 성능은 앞서 가면서 가격은 현저히 낮습니다. 가성비로는 따라올 차가 없죠. 전통이나 개성 등 부가적인 요소로도 딱히 뒤처지지 않으니 이래저래 매력이 넘치는 차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슈퍼카들이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확고하게 지켜 나간다고 봐야죠.
쉐보레 콜벳 E-레이
출처: 쉐보레
E-레이는 콜벳의 전통은 물론 달라진 시대의 트렌드도 담았습니다. GM은 전동화 추세에 맞춰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단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콜벳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르렁거리는 대배기량 엔진이 없는 콜벳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시대는 이미 바뀌는 중입니다. 전동화 시대에 나올 콜벳 EV를 E-레이가 맛보기로 미리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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