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독학했다. 건축을 전공한 친구가 빌려준 책이나, 헌책방에서 서서 본 책이 그의 스승이었다. 그중 『르코르뷔지에의 설계 도면』은 안도의 인생 방향을 결정한 중요한 책이다.
헌책방에서 이 책과 처음 마주할 당시, 그는 수중에 돈이 부족해 선뜻 구매하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틈틈이 방문해 조금씩 읽다가, 한 달간 돈을 모은 뒤 마침내 손에 넣었다.
이후 안도 다다오의 인생은 온통 건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몇 시간씩 책을 파고들었고, 일하며 번 돈은 모두 건축 여행에 쏟아부었다. 그는 일본 전역뿐 아니라 베트남 후에, 태국 방콕,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자기만의 건축 철학을 쌓았다. 그사이 1급 건축사 자격증도 취득해 어엿한 건축 전문가로서 지식과 역량을 갖췄다.
독학한 지 8년 만인 1969년, 안도 다다오는 첫 사무실을 차렸다. 당시 건축계에서는 수요가 풍부한 도쿄에 사무실을 차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안도는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수습 기간도 거치지 않고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신예에게 건축을 의뢰할 사람은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했다. 그는 건축주나 토지 소유주를 직접 찾아다니며, 누구도 의뢰하지 않은 설계를 자발적으로 제안했다. 그렇게 오사카를 중심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잔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