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셔도 쉬 가시지 않던 갈증이 상큼한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 한 모금에 말끔히 사라진다. 스페인어로 틴토(Tinto)는 레드와인, 베라노(Verano)는 여름을 가리킨다. 틴토 데 베라노는 일종의 와인 칵테일인데, 레드와인에 톡 쏘는 탄산음료를 섞어 달콤하고 가볍게 마시는 식전주다.
특히 뜨겁고 건조한 스페인 남부에서 사랑받는 여름 음료로, 한여름의 갈증을 풀기에 이만한 게 없다. 상큼한 식전주로 입맛을 끌어올렸으니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 코르도바에 왔다면, 꼭 맛봐야 할 전통 음식이 살모레호 코르도베스(Salmorejo Cordobes)와 베렝헤나스 콘 미엘(Berenjenas Con Miel)이다.
살모레호는 스페인의 여름 수프인 가스파초와 거의 흡사하다. 가스파초는 토마토, 오이, 양파, 피망, 마늘 같은 여러 채소를 넣어 곱게 간 후 올리브오일, 식초, 소금으로 간한 차게 먹는 음료 겸 수프다. 코르도바의 살모레호는 여기에 빵을 추가해 더 걸쭉하고, 토핑으로 삶은 달걀과 구운 베이컨을 얹어 가벼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베렝헤나스 콘 미엘은 여름에 많이 나는 가지를 이용한 요리로, 바삭하게 튀긴 가지를 달콤한 꿀이나 사탕수수를 가공할 때 추출되는 당밀에 찍어 먹는 코르도바 대표 요리다. 한여름의 코르도바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는 위의 메뉴 3가지만 기억한다면 무조건 성공이라 장담한다.
뜨거운 태양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이른 저녁, 과달키비르강가에 자리한 로마인의 다리(Roman Bridge)로 향한다. 기원전 1세기에 지은 다리는 이후 수없이 파괴되고 복구되는 와중에도 고풍스러운 아치 형태의 교각과 이름만큼은 변치 않고 이어져 여전히 아름다움을 발한다.
다리 너머로 붉은 노을과 함께 코르도바의 하루가 서서히 저문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국적 정취와 생의 즐거움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싱그럽다 못해 눈부시게 펼쳐지는 곳, 여기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자리한 코르도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