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IT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용인, 동탄, 평택 등은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요. 그뿐 아니라 AI 스타트업 기업이 몰린 지역 역시 집값 상승과 간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IT기업과 부동산시장의 관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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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서 IT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용인, 동탄, 평택 등은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요. 그뿐 아니라 AI 스타트업 기업이 몰린 지역 역시 집값 상승과 간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IT기업과 부동산시장의 관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AI 스타트업 가장 많은 곳은?
지난 2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밀집 상위 5개 지역 중 서울 강남구가 108개로 전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일경제는 한국인공지능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AI 스타트업을 비롯해 AI 중견기업 총 708개사의 위치를 분석했는데요. 그중 1위가 서울 강남구를 비롯해 경기 성남시(65개), 서울 서초구(62개), 서울 마포구(46개), 서울 금천구(34개) 등 상위권 대다수 서울 내 지역이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AI 스타트업 대부분이 테헤란로에 몰린 것으로 알려져 화제였는데요. 강남구는 한때 서울에서 가장 많은 대기업이 자리했던 곳이었으나, 기존에 강남에 있던 대기업들이 경기도나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를 AI 스타트업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요즘 강남구는 소위 ‘K-실리콘밸리’로도 불리며 첨단 기업의 성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인데요.
게다가 이들 기업의 성장은 집값 영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서울 소재 스타트업은 대부분 강남구(30개)와 서초구(5개)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앞서 강남구, 서초구, 성남시, 마포구 등은 서울 시내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이며, 이들 기업이 자리한 곳들은 집값 상승률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월간 주택가격동향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아파트값은 10년 전인 2014년 3월과 비교해 서울시는 평균적으로 62.4% 상승한 반면, 강남구는 74.9%로 무려 12.5%p 차이가 났습니다. 서초구는 66.0%, 마포구는 75.3%, 경기 성남시도 72.8%나 상승했습니다. 상대적으로 IT 기업 비율이 낮은 구도심 업무지구(종로구, 중구)는 각각 38.3%, 43.0%에 머물렀습니다.
실제 시세 변화는?
첨단 기업의 영향은 앞서 언급했던 지역 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정부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710만㎡ 부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에 용인 일대 집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소위 이러한 추세는 시장에 ‘반세권(반도체+역세권)’, ‘삼세권(삼성전자+역세권)’이란 새로운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센세이셔널했는데요.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기업이 들어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인접 지역에 향후 수백조원의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해당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생기는 곳은 인근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AI 스타트업이 몰린 서울 강남∙서초∙마포, 경기 성남 등은 집값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모습입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59㎡는 올해 2월 18억9,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썼습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의 경우, 전용 84㎡가 올해 1월 20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요. 해당 타입의 지난해 최저 매매 실거래가인 18억8,5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상승한 금액입니다. 직전 실거래인 지난 12월 거래금액(20억원)보다도 5000만원이나 뛰었죠.
마포구 아현동 대장주로 알려진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올해 1월 전용 84㎡ B타입이 17억4,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전년 동기 15억5,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올랐습니다. 또, 금천구 시흥동 벽산5단지도 전용 84㎡가 올해 3월 6억3,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지난해 2월 최저가 4억8,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상승한 바 있습니다.
첨단 기업은 왜 집값에 영향 미칠까?
그렇다면 AI나 바이오 등 첨단 기업이 몰리는 곳은 왜 집값이 상승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무엇보다 해당 기업이 지닌 사회∙경제적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첨단 기업들이 들어서는 곳은 양질의 일자리로 유동인구와 배후수요가 증가합니다. 직주근접 가치가 높아지면서 인근 지역으로 실수요자가 몰려들고 매매, 전세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게다가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역 경제도 발달하는데요. 생활 인프라의 발달로 전반적인 지역 경제가 성장하는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첨단 테크의 중심지가 되면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소득 양극화나 기존 거주자가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죠. 일례로 미국 첨단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존 거주자들 중에 비싼 집값을 못 이기고 ‘탈 실리콘밸리’를 선택한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AI 등 첨단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해당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측면 때문입니다. 해당 기업들이 몰리면서 인근에 기업 및 투자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이에 각종 인프라뿐만 아니라 주거시설도 새롭게 생겨나면서 선호 지역이 지속되는 현상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가치가 우선시되면서 직주근접이 최고의 복지로 일컬어지는 지금, 투자자라면 미래 먹거리인 AI 스타트업을 주목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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