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6연속 동결했죠. 또한 6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라 불리는 양적긴축(QT)의 속도를 늦추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거나 재투자를 안하는 방식으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인데요. 이런 양적긴축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앞으로 시장유동성 흡수를 제한하고, 긴축모드에서 이탈 준비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4월 물가지표를 살펴보면 美 정책금리 인하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희망적인 지표(CPI, 소비자물가지수)와 실망스러운 지표(PPI, 생산자물가지수)가 혼조된 상황이죠. 22일 발표한 5월 FOMC 의사록 코멘트에 따르면 연준은 통화정책 완화 시점에 대해서 '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해 보수성을 드러냈습니다.
31일 발표되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확실한 트리거가 필요합니다.
연준의 매파성이 줄어들려면 고용데이터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저성장+고물가) 등 경제지표 냉각이 빨라지면 금리정책 없는 통화량 조정 만으로 피벗 완성이 어렵죠.
이미 미국은 골디락스(goldilocks, 고성장+물가안정) 기대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고물가 속에 美 경제를 이끌어온 고용시장이 악화되면 소비가 영향받고, 경제는 연착륙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우칠 수 있죠.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한편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11회 연속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1월 말부터 1년 4개월째입니다.
美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답보상태인 가운데,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죠.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함에 따라 조기인하에 대한 명분이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주요국 통화정책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여부가 주목받습니다. 현실적으로 美 정책금리에 대한 통화정책 동조화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죠. 그러나 각국 금리 인상 시기가 서로 달랐고, 고금리 수위도 차이가 나기에 자국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 선제적 대응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물가 관리에 자신감만 확인된다면 각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유연해질 수 있겠죠. 과연 유럽은행(ECB)이 첫 단추를 풀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