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화정책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 주목받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금리 인하 여부가 관심사였죠. 지난 6일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종전 4.5%에서 4.25%로 25bp(1bp=0.01%p) 인하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 2%에 근접하는 등 물가부담이 완화되면서 G7(주요 7개국)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됐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 분기 25bp씩 금리를 하향할 경우 연말 3.8%로 모아집니다.
유럽이 기준금리 인하 시동(始動)을 걸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각국 통화정책이 각자도생으로 전환되는 상황입니다. 주요국이 선제적 경기활성화를 위해 앞다퉈 피봇(Pivot, 통화정책전환)을 확정한다면 美 연준(Fed)의 고민도 커질 수 있죠.
이들 국가와 미국 간 기준금리 갭이 확대되면 달러화 강세가 더 심화될 수 있고, 이는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에 결코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저성장+고물가) 조짐 등 경제지표 냉각이 빨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된다면 미 실물경제 부담도 커집니다. 지난 31일 美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7%(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습니다.
美 연준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PCE 상승률이 예상 수준에 머물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한결 유연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美 고금리는 물가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4월 물가 지표의 안정에 이어 7일 즈음 발표되는 5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톤 다운될 경우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재 부상할 것입니다.
美 금리인하를 하반기 적게는 1회, 많게는 2회 인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통화정책도 조만간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준금리는 연속 11회 3.5%를 유지 중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다행이 4~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개월 연속 2%대입니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해 한미 금리차 역전현상이 2.0%p에서 더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소비자 수입물가 부담도 생길 수 있죠. 그러나 올해 성장률 전망이 상고하저(上高下低)가 예상되는 가운데, 긴축으로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해외자본의 원천적 이탈도 경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