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아파트 시장...얼음판

아파트 시장 기지개? 여전히 살얼음판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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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배경으로 수 많은 '아파트' 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택시장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요자의 심리도 점차 개선되고 있고 거래량도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본격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다. 적체된 매물이 많은데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고금리가 여전히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거래량은 다소 늘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거래량은 확실히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3월 매매 거래량은 3,444건으로 전달(2,503건)을 넘어섰다.

3월 계약분 신고 기한까지 보름 정도 남은 것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량은 3,000건 후반대~4,000건 초반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2월 1,824건으로 저점을 형성한 이후 꾸준히 회복 세를 보인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경기부동산 포털에 따르면, 이날 현재 경기지역 3월 아파트 거래량은 9,058건으로 전달(7,601건)을 넘어섰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가격이 반등한 곳도 있다.

이처럼 시장이 꿈틀거린 데는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효과에 전세가격상승, 그리고 분양가 급등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보니 아예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 하락세 전환

하지만 지금은 본격 상승세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 주택 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더욱이 꿈틀 거리던 서울지역 아파트 3월 잠정 실거래가격지수(이하 잠정 지수)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잠정지수는 전달 대비 0.27%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 1월 부터 반등해 두 달간 1% 상승했다. 만약 3월 최종지수가 하락세로 나타난다면 2개월 반짝 상승에 그치게된다.

시장을 선도하는 서울아파트 잠정지수 하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 비용부담, 가격 메리트부족, 통화량 증가 미미 등으로 수요 기반이 튼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미니 사이클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은 올 들어 2월까지 0.7% 올랐고, 3월 잠정지수는 보합(0%)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올 2월까지 0.19% 하락했으나 3월 잠정지수가 소폭 상승(0.19%)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택시장 급반등하기 어려운 이유

첫째, 무엇보다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이 늘지 않고 고금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 논문을 보면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 변수로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가계대출, 기준금리 등 4가지를 꼽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M1은 약 1,204조원으로 1년 전 보다 고작 0.4% 늘어났다. 같은 달 M2는 3,906조원 가량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M2가 연평균 10%씩 늘어난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미국 금리가 고공 비행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2024년에 우리나라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변동의 상관계수는 0.94에 달한다. 채권시장도 주식 시장처럼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뿐 아니라 다른 채권금리도 연쇄적으로 오르기 마련이다.

이들 금융 변수는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자금)이 많지 않음을 보여주는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 될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 실수요보다 투자 상품화하면서 금융 변수의 비중이 높아졌다. 일부 상승 거래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동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상승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둘째, 수요자의 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4월 총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소 둔화할 수 있다. 상반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설도 회복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PF위기는 재고 주택시장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PF부실 문제로 집을 짓다가 중단되면서 나타나는 건설경기위축과 이미 다 지어놓은 재고 부동산 경기와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PF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유연적 자세를 취해왔지만, 총선 이후 옥석 가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한계 기업이나 시행사가 부도나는 등 건설경기 전반이 냉각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건설 경기 위축이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이어지려면 변수 2개를 잇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가령 경제위기나 금리 급등,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부도가 나서 무더기 실업 사태가 촉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제로 2011년 당시 연초부터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상호 저축은행이 PF부실 문제로 무더기 영업정지됐다. 그 한해동안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16곳으로, 이중지방에 본점을 둔 곳은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8곳이다.

그렇다면 아파트값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실거래가는 2011년 한 해동안 6.5%올랐다. 부산저축은행이 있는 부산지역은 같은 기간 16.5% 나상승했다. 이통계는 건설경기와 아파트값이 따로형성 될 수 있다는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두 시장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 심리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셋째, 팔리지 않고 적체되는 매물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4월16일 현재 서울아파트 매물량은 8만2,399건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1% 정도 늘어났다. 매물이 늘면 시장이 급반등하기 어렵다.

다만 집 주인이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기도 해서 매물증가가 곧바로 급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요자의 가격에 대한 저항감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에선 아파트값이 지난해에 상승(실거래가 기준 10%)하면서 수요자들이 가격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수 많은 '아파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수요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추세를 종합할 때 서울과 수도권에선 급락보다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이다. 올 한해는 고금리부담으로 소폭 하락과 상승을 오가면서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 값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변수가 기준금리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2011~2021년 한 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의 변동 요인 중 기준금리가 45.7%를 차지했다. 절반가량이 기준금리에 의해 좌우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앞날이 예측 불가라는 점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자꾸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결국 미국 기준금리와 맞물려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춰야 우리도 낮출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회복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본격 회복은 금리가 체감적으로 낮아지고 준공 물량이 줄어드는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요즘 주택시장은 지역별로 분화되면서 울퉁불퉁한 모습이다. 미분양이 넘치고 지역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주택시장은 조정이 좀 더 이어질 것이다.

올해 내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는 타이밍과 가격을 다 고려해서 접근하는게 좋다. 특히 타이밍을 잡는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를 보고 구입여부를 결정하라고 권하고 싶다. 추격매수보다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이 불확실하니 그 위험 만큼 매입가를 낮추라는 얘기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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