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단기 조정장 진입, 추격 매수는 피하라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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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른손은 '집' 모양의 모형을 쓰다듬고 왼손은 펜을 쥔 채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진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는 당분간 관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거래량이 줄고 ‘선행지수’ 격인 실거래가 잠정지수가 내림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 지수는 전달 대비 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 지역의 하락 폭(–0.47%)이 가장 컸고, 인천(–0.08%)과 경기도(–0.04%) 역시 약세를 보였다. 9월 아파트 실거래가 실제 통계는 11월 15일 공표될 예정이다.

이처럼 잠정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가산금리까지 오르면서 소비자가 빌리는 실제 대출금리가 올라서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된 꼴이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10월 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0월 11일 기준금리가 연 3.990∼5.780%인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새 금리 하단이 0.160%p 높아진 셈이다.

아파트시장의 조정 조짐은 거래량이 확 꺾이면서 이미 나타났다. 서울 지역의 7월 아파트 거래량은 8,985건으로 올 들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한 달을 앞두고 8월에는 6,270건으로 떨어졌다. 7월에 비하면 약 70%에 불과한 거래량이다. 거래량은 수요자 심리를 드러낸다. 거래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지방은 9월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전달 대비 0.11%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부산(-0.43%)과 대전(-0.21%), 세종(-0.76%)은 내림세를 보였으나 대구(0.09%), 광주(0.74%), 울산(0.6%)은 상승세였다. 8월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달 대비 0.14%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람이 종이에 메모를 하고 있고 그 앞에는 동전으로 가득한 유리병과 '집' 모형이 놓여있는 사진이다.

서울 핵심 지역은 대출 규제가 더 무섭다

서울 강남권이나 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핵심 지역에서 집을 살 때는 대출을 낄 수밖에 없다.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동산학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서울 주택시장에선 금리 변수보다는 대출 변수의 상관관계(탄력성)가 더 높다고 한다.

또 최근 다른 논문에선 수도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감이 먼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때 연 2%대까지 낮아진 점, 강남 등 일부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한 점을 볼 때 그렇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선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약발이 더 크게 먹힐 수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번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시시각각 변하는 시중금리 흐름에서 거리를 둘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65.2%에 이른다. 이 통계조사가 시작된 2013년만 해도 21.3%만 고정금리를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아진 것이다. 신규 기준으로 요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고정금리(8월 96.1%)를 택한다.

일본은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77.9%로 월등히 높다(일본국토교통성 자료). 요컨대 우리나라에선 과거 변동금리에 대출을 내던 시절에 비해 금리 변동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크게 오르기 힘들다. 거래 건수로 본다면 서울 아파트시장은 7월에 단기 고점을 형성했다. 지난해에는 8월이 단기 상투였다.

아파트시장 2023년 데자뷔?

일각에서는 올 4분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지난해와 닮은꼴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결론적으로 조정장세 속에 거래 위축 흐름은 비슷할 가능성은 있으나 가격 하락 폭은 지난해 4분기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와 유사하지만, 금융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특례보금자리 대출 일반형 판매와 50년 대출 판매도 중단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연 5%를 돌파하는 등 채권시장이 들썩였다. 이 바람에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4분기에 3% 하락했다. 지난해 9월까지 13% 상승했다가 악재가 쏟아지면서 급격한 조정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 인하 국면으로 채권시장은 안정적이다. 9월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 전망 지수가 119로, 약 3년 만에 최고치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에는 110으로 올 9월보다 낮았다.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수요자의 불안 심리도 지난해보다 강한 것 같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올 4분기 큰 조정보다는 약한 조정(약보합세) 정도로 내다보고 싶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8%, 수도권은 5% 정도 각각 상승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집값을 상승세로 예측했다. 2022년 이후 감소한 주택 착공 물량이 2025년부터 준공 감소에 본격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망이라는 게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의 큰 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자. 전망은 언제든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라는 얘기다.

5개의 '집' 모양 나무블럭이 나열되어있으며 '달러' 기호가 연결되어 보이는 사진이다.

부동산 실수요자의 자세

요즘 부동산시장은 지역별·상품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나 상품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 가령 상품으로서는 빌라, 상가, 빌딩, 오피스텔, 토지 등 비(非)아파트에 영향을 끼쳐 거래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은 시중금리와 비교 우위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상가 등은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 최근 들어 소비 패턴이 모바일로 급격히 바뀌는 ‘소비의 디지털화’ 현상으로 레드오션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금리만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상품의 경쟁력도 함께 보고 결정해야 한다.
 

단기 급등하거나 신고점을 찍은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굳이 서두르지 않는게 좋다. 시장을 좀 더 지켜보다가 시세보다 싼 급매물을 선별 매수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지방은 금리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므로 꿈틀거리는 모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도 서서히 바닥에서 탈출하는 모양새다. 다만 미분양이 전체 물량의 80%에 달하는 데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인구 유출 등으로 본격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 속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다. 실수요자라면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고점(2021년 10월) 대비 가격 메리트를 따진 뒤 매수에 나선다. 지역별로 울퉁불퉁한 양상이므로 지역밀착형 돋보기를 통해 분석하는 것은 필수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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