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 공자기금으로 넘기고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수 확충
'외평기금+자연불용' 등으로 32~33조원 가량 확보 가능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최욱 기자 = 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최대 50조~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0조원에 육박하는 외평기금과 함께 다른 기금까지 끌어와 21조원 가량을 충당하고, 올해 편성된 예산 중 약 10조원 가량이 불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총 30조원 가량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을 끌어다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세수 확충 대응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세수 최대 60조 '펑크' 가능성
올해 들어 7월까지 세수는 217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천억원 덜 들어왔다.
올해 남은 기간 작년과 같은 규모로 세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올해 세입예산(400조5천억원) 대비 48조원 정도가 부족하다.
문제는 세수 가운데 비중이 큰 법인세의 추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수출 부진에 따라 기업의 실적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실적이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기업은 법인세를 1년에 1번 한꺼번에 내지 않고 중간예납 제도를 통해 전년도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거나, 상반기 실적을 가결산해 세금을 중간 정산한다.
최근처럼 실적이 꺾이는 경우 기업은 자금흐름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내는 경향이 있다.
적자를 본 기업이라면 말 그대로 세금은 '제로(0)'이기 때문이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작년 대비 악화하면서 예년과 달리 상반기 실적 가결산을 통해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수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특히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3천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4%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6조2천8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두 회사의 부진으로 올해 중간예납은 작년 중간 예납분(34조3천억원)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관측에 따라 법인세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올해 세입예산에서 약 50조~60조원 수준의 세수 부족 상황이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세수 부족이 60조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국세의 40% 수준을 지방교부세와 지방 교육교부금으로 넘긴다는 점을 가정할 때, 중앙정부의 예산 부족분은 36조원(60조-24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초유의 세수 부족이 있다면 정부는 지방에 지급할 세수를 다음번으로 미루고, 지방은 이를 고려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평기금 카드 급부상…20조원 꺼내 쓴다
심각한 세수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서 꺼내든 카드는 외평기금이다.
외평기금은 달러-원 등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때 활용하는 기금이다.
방향성 자체를 전환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닌, 투기적 수요 등으로 변동성이 극심해질 때 사용하는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기금 운용 상황을 함구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 속에서 외평기금을 활용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매수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그간 쌓인 원화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외환시장 안팎의 평가다.
정부가 주목한 것은 이렇게 쌓인 원화를 세수 부족에 충당하자는 것이다.
약 19조~20조원 정도의 외평기금을 일단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보내고 다른 기금까지 끌어와 총 21~22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공자기금은 이를 일반회계로 넘겨 올해 책정한 사업이 무리 없이 돌아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의 구조를 통해 세수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집행되지 못하는 '자연 불용액'까지 더하면 30조원이 넘게 세수 부족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최근 3년 동안 예산의 평균 불용액은 약 1.7~1.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세출예산 규모가 639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 불용액은 약 10조~1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외평기금 등 기금 재원과 자연 불용액을 합친 규모만 32조~33조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세계잉여금 9조1천억원(일반 6조원 + 특별 3조1천억원)까지 합치면 정부의 실탄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물론,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공자기금 상환, 채무 상환 용도로 우선 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 규모는 이보다 작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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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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