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40대의 젊은 학자를 임원(부총재보)급 대우를 받는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연구원장으로 임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은은 4일 이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경제연구원장 및 수석이코노미스트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임원급 보수 및 대우를 받는 '특급' 보직이다. 정식 부총재보는 아니지만 사실상 동급의 무게를 갖는 자리다. 이전까지는 외자운용원장이 특급 대우를 받았지만, 이번부터는 경제연구원장이 그렇다.
이 교수는 1975년 10월생으로 올해 47세다. 한은의 임원급으로는 최연소다. 이전까지는 지난 2013년 당시 부총재보로 승진한 현 서영경 금통위원이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서 위원은 당시 50세였는데, 이보다 3살이나 어린 셈이다.
연공 서열이 확고한 보수적인 한은 문화에서 '파격'으로 볼 수 있다.
이창용 총재가 이 신임 원장을 발탁한 배경은 통화정책에 대한 학술적인 전문성이 우선시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원장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러터거스 대학과 버지니아대 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서 객원연구위원으로 활약했고,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댈러스 연은 외부연구원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인플레이션 동학 등 중앙은행과 직접 연관된 분야에 집중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통화정책상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줄 적합한 인재로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한은 다른 관계자도 "이 원장이 경제연구원장 역할도 물론 하겠지만, 대내외적으로 통화정책 전반에서 총재의 역할을 보조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임 원장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변경이나 공개시장조작 방식의 변화 등과 관련된 한은의 변화에 이론적인 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이례적으로 젊은 학자의 선임으로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 신임 원장을 임명한 배경으로 "젊고 유능한 신임 경제연구원장이 조직에 역동성과 유연성을 불어넣고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은은 이 총재 부임 이후 일선 팀장 및 부장급의 역할을 강조한 '국-부-팀' 제도의 도입과 전 직급 인원이 제한 없이 참여하는 현안포럼 도입 등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례가 없었던 '40대 임원'이란 상징적인 인사를 통해 연공 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조직 문화 형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한편 이 신임 원장은 선임 소감으로 "경제연구원의 소속 연구원들에게 최상의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석이코노미스트 역할도 겸하는 만큼 한은 내부의 많은 수준 높은 연구를 외부에도 활발히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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