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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물 미만' 초단기채 쏟아낸 여전사…조달난 전조일까(종합)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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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카드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만기 1년 미만의 채권 발행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여의찮은 기업어음(CP) 시장 대신 초단기채 발행을 선택했지만, 일각에선 여전사의 조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1년 미만 여전채…여전사 조달난 전조일까

4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는 만기가 1년 미만인 초단기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 5월 만기가 3개월인 채권을 세 차례에 나눠 총 3천400억원 발행했다. 6월에는 BNK캐피탈이 만기가 3개월인 채권을 600억원 발행했다. 하나카드는 7월 만기가 6개월인 채권을 1천200억원, JB우리캐피탈은 만기가 6개월, 9개월인 채권을 각각 300억원·100억원 발행했다.

최근에는 롯데카드가 4차례에 걸쳐 만기가 6개월과 9개월인 채권을 각각 1천600억원, 8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롯데카드는 시장금리의 영향으로 초단기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CP 발행량이 늘면서 1년 미만 구간에서 CP보다 여전채 발행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지난주(8월 27일~9월 2일) 25개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규모는 총 4조5천2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간(8월 20~26일) 25개 증권사가 발행한 CP와 전단채 규모는 총 5조1천645억 원이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1년 미만의 구간에서 여전채 금리가 CP 금리보다 낮았기 때문에 여전채 발행을 선택했다"며 "증권사의 수요모집에서 자금이 모이지 않는 등 발행 물량이 많아 CP 금리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요새 들어 한파를 맞은 증권사 랩·신탁 시장과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전사 CP 물량을 주로 받아주던 랩·신탁 계정이 불건전영업 행위 등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여전사의 조달처가 줄었다는 것이다. 랩·신탁 시장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환매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수요가 줄었고, 지난 5월부터는 금융당국의 조사도 시작됐다.

A 카드사 관계자는 "다수의 증권사 랩·신탁 계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CP 발행이 어려워졌다"며 "여전사의 조달 경로가 하나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초단기채 발행을 두고 여전사의 조달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사는 통상 만기 1년 미만의 자금은 CP로, 1년 이상의 자금은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만기가 1년 미만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는 설명이다.

B 카드사 관계자는 "1년 미만의 채권은 흔치 않은 사례인 것 같다"며 "연초 잠시 진정됐던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올랐고, CP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라 여전사의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달이 곧 수익성…여전사 해외발행 열어줘야

여전사의 조달처 확보를 위해 해외 발행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외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여전사의 원화 용도 외화 차입을 제한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해외 자금을 빌려와도 원화로 바꿔서 국내 영업에 쓰기 때문에 외화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행정지도는 2015년 명목상 종료됐지만, 여전사는 외화채권 발행 잔액을 기준으로 기존 물량에 대한 차환 발행만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업계가 성장하면서 차입 규모도 늘고, 자산건전성 관리 역량은 과거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외화 조달만 10여 년 전 수준에 묶여 있다"며 "신규 발행을 위해선 기재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그림자 규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공사채의 회사채 시장 구축효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인한 채권매도 등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여전사의 조달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여전업계는 채권 발행이 여의찮을 경우 단기CP, 유동화증권(ABS) 등 조달 수단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대외 환경이 악화할 때마다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달 수단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해외 조달로 그 영역을 넓힐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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