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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해외부동산 점검] 투자회수 지연 왜 쏟아지나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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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집행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건물 대부분이 제때 투자금 회수를 못 하는 데는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탓이 컸다.

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 중 미국과 유럽 익스포져가 각각 5조원(46%)과 4조원(37%)으로 80% 이상을 차지한다.

유형별로도 오피스가 6조1천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이 큰 편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재택근무 기조가 확산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되자, 직격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아시아·주택 시장으로 분산됐다면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이후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 대체투자자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국내 증권사들은 '성공사례 벤치마킹' 전략을 구사하면서 투자 대원칙을 어겼다.

국내에서 특정 해외 물건이 성공적으로 딜클로징되면, 다른 주선 팀들이 소문을 듣고 근방의 물건을 유사한 조건으로 구조화해 국내에 들여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 2월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인 라데팡스 지구의 오피스 딜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딜클로징 되자, 같은 해 9월까지 라데팡스 오피스 딜이 매달 한 건 이상씩 클로징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8개월 동안 총 5조6천억원에 달하는 라데팡스 오피스 익스포져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8년 런던, 글래스고, 더블린 등 영국 권역과 지난 2019년 프라하, 바르샤바 등 동유럽 익스포져가 편중돼 있다.

트랜치별 이해 상충, 인력 연속성 부족 등 부동산펀드 운용에서도 미숙했다.

모집 시점에 중순위와 자본 트랜치 펀드를 각각 A와 B호 펀드로 설정했는데, 부동산 매각가격이 하락하자 두 펀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4~7년으로 설정되는 투자자산 운용 기간에 특정 운용역이 동일한 자산을 담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기평은 "투자과정에서 재무적 실사는 진행됐지만, 법적 실사 깊이가 부족했고 특히 저금리 환경 하 매력적인 투자수익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메자닌 트렌치의 권리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한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며 "투자 과정에서 투자 시점 대비 금리 상승, 공실률 증가, 매각 지연 등 하방 시나리오 테스트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기평은 최근 들어 해외 부동산 투자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5년간 딜 경험이 쌓이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해외 네트워크를 축적한 덕분이다.

한기평은 "과거에는 증권사가 소싱하고 국내 운용사가 관리하는 프로젝트 방식의 단일 물건 투자가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해외 전문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 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 대비 소싱 물건과 투자 구조 등이 다양해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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