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고래싸움' 하자는 것 아냐…'자극제' 역할 수행"
"몸집 더 안 불린다…디지털·모바일·옴니채널로 승부수"
"새 사명 iM뱅크 유력…디지털 변화 포괄하는 점 마음에 들어"
(※DGB금융 제공)
(대구=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추진 이유에 대한 물음에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를 꺼내 들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강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한계를 벗어나 기업과 같은 우량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타벅스와 같은 '레퓨테이션'(평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대변혁이 진행되고 상황에서 지방은행이라는 지위에만 안주할 경우 한계와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어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지난 1일 대구 대구은행제2본점에서 진행한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은행 출신으로 살면서 합병·피합병을 수 차례 겪었고, 그 과정에서 금융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며 "(DGB금융 또한) 이렇게 있으면 곧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김 회장은 '국내은행 지역별 점포현황'과 지역별·규모별 기업체수 현황' 등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미 대구·경북지역에서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점포 수는 대구은행 보유 점포 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라며 "반대로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돼 있는 서울·수도권에서 지방은행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고착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초기에는 지방 금융지주끼리라도 뭉쳐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자산 및 역량 등이) 시중은행의 반도 안 된다. 결국 대부분 자원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구에 있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 또한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하면 서울·수도권으로 둥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 지역 기반의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면서 시중은행 전환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그는 "스타벅스에서의 소비는 비슷한 레퓨테이션을 누리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 대구은행은 이게 안 된다. 특정 대기업과 거래를 하자고 하면 지방은행과의 거래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다면 대기업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복수의 시중은행을 활용하고 있는데, 같은 시중은행이라는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구은행에겐 의미있고 진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금융권에서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5대 시중은행 체제가 워낙 견고하고, 수도권에 유동성과 우량 고객들이 집중돼 있어 그 틈바구니를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자산규모는 물론 영업력과 브랜드 이미지, 유·무형의 인프라 등에서 시중은행 대비 열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대구은행에 분명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은 이러한 분위기와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시중은행을 하겠다는 것은 고래들의 싸움에 끼겠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면서도 "다만, 적어도 고래들의 옆구리를 때려 은행권 전반에 건강한 자극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전환 작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과의 '체급차이'는 분명히 인정하지만, 대구은행만의 스페셜한 전략을 바탕으로 강점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의 장점은 돈이 몰리는 지역에 새롭게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라며 "비대면을 추구하는 만큼 점포·인력에 대한 투자 니즈가 적고, 정보통신(IT) 부문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효율적 점포 운영 기조 하에 디지털과 모바일, 옴니채널로 승부를 본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 또한 절대 무리하게 늘리지 않겠다"며 "몸집을 키워 비대해지면 비효율이 생기고 부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당한 수준을 유지해 작고 날렵하고 강한 은행을 목표로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시중은행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조속히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지역에 고착화한 대구은행의 사명 변경을 추진하려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김 회장은 "결국 '글로벌'로 가려면 대구은행과 DGB는 '컨츄리뱅크'(Country Bank·지방은행) 느낌이 너무 강한 측면이 있다"며 "새 사명은 읽으면서 와 닿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새 사명으로 현재 대구은행의 브랜드명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이엠(iM)뱅크'가 괜찮은 대안이라고도 했다.
DGB금융은 iM뱅크를 '인텔리전트 모바일 뱅크'(Intelligent Mobole Bank)는 물론, '내 손안의 은행' 등의 의미로 활용할 수 있고 디지털 친화적 이미지에 더해 다양한 의미 부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보고 새 사명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DGB금융은 지난달 말 iM금융지주에 대한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앞두고 대구은행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선, 아쉬움과 함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그는 "살다 보니 사람이 장난치는 것을 막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결국 임직원들이 내부통제를 이해하기 위한 키는 지속적인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콩나물에 뿌려진 물 한 바가지가 다 빠지더라도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 교육 또한 단기간이라도 반복되면 효과가 누적되는 것"이라며 "지속적 교육을 받은 사람은 일정 범위를 넘어가는 행위에 대한 경계심이 생긴다. 문제는 반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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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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