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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김태오 "고래싸움 아닌 고래 옆구리 때리는 역할할 것"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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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단순히 고래들의 싸움에 끼어드는 형태로 가지는 않겠다. 고래들의 옆구리를 때리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라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의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대 시중은행과의 '체급차이'에 대해선 분명하게 인정하겠지만, '작지만 강하고, 신속한 조직'을 통해 차별화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 1일 대구 대구은행제2본점에서 진행한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부터 큰 것이 어디있겠나. 다만, 효율적인 점포와 소수 인력에 따른 최적 운영 기조를 활용해 모바일과 옴니채널을 강화하는 형태라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왜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진출하겠나"고 반문하며,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는 곳에 가서 장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의 거센 공세에 지방은행들의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존립 기반이 없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돈 있는 지역으로 가서 성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DGB금융 제공)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언제부터 구상했던 전략이었나.

▲지난 3월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제시됐고, 이후 곧바로 내부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전국에서 창출한 이익과 자본을 대구·경북 지역에 재투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 시중은행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시중은행 전환은 DGB금융에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구은행 이외엔 법적요건을 충족하는 곳도 없다. 주변에서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세상에 시작부터 큰 게 어딨나.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이나 시작은 작았다. 지금 대형 은행들 또 언제 쪼그라들지 모른다. 대구은행이 고래(시중은행)들 싸움에 끼겠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그래도 고래들의 옆구리는 좀 때려서 은행권 전반에 건강한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다. 은행권 TF와 관계 없이 DGB금융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했다. 시중은행 출신인 만큼 합병·피합병 여러 번 겪어봤고, 이 과정에서 금융은 어떻게 생존해야 되는 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해봤다. 대구·경북지역은 이미 시중은행들의 점포가 대구은행보다 많다. 반면, 돈이 몰리는 서울·수도권엔 지방은행 점포가 거의 없다. 기업들이 왜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진출하겠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는 곳에 가서 장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DGB금융에 와보니 이렇게 있으면 곧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중은행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면서 우리가 지키고 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엔 대구은행이라고 하면 로열티를 갖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 이제는 희미해졌다.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대구 내 창업 1세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2·3세대로 가면 다른 얘기가 된다. 존립 기반이 없어지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돈 있는 지역으로 가서 성장해야 한다. 아니면 답이 없다. 그래서 지방 지주끼리라도 뭉쳐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산 등이 시중은행의 반도 안된다.

-- 대구 기반 기업들의 기업금융 네트워크도 유지가 어렵나.

▲대구 현재 중소기업 외엔 없다. 우량 중소기업이 많은 편도 아니다. 중소기업 안 키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서 규모를 키웠다 싶으면 결국 서울·수도권으로 나간다. 여기서 크면 국세청의 관심 대상이지만, 서울·수도권에선 그 정도 사이즈 기업들이 넘쳐난다.

--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기대효과는.

▲스타벅스를 예로 들겠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스타벅스의 레퓨테이션을 얻어가겠다는 의미다. 그간 대구은행은 이게 안됐다. 특정 대기업과 거래를 트려고 하면 하면 "우리가 어떻게 지방은행과 거래하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중은행 전환한다고 대기업들과의 거래를 바로 뻈어올 수는 없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도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다양한 은행과 거래하는 게 상식이고, 시중은행 지위를 얻게 되면 이러한 거래에 발을 넣을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있다.

--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더라도 은행권에 큰 자극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많다. 구체적인 계획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오히려 우리는 돈이 몰리는 서울·수도권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비대면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점포와 인력에 대한 투자는 최소화할 계획이다. 정보통신(IT)만 투자를 잘해서 갈 거다. 효율적인 점포와 소수 인력에 따른 최적 운영 기조를 활용해 옴니채널 형태를 강화하는 형태라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덩치가 큰 다른 시중은행은 점포·인력을 줄이기도 어렵고, 줄일 수도 없다. 아울러 시중은행에서 주요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 중위 신용등급의 기업을 타깃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개인사업자들에게 합리적인 금리와 한도를 제공할 계횟이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핀테크 혁신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제공하고자 핀테크사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을 활용한 리테일 시장도 공략한다. 전국의 거점점포도 점차 늘리고 아웃바운드 영업망 확충을 통해 금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 새로운 사명에도 관심이 많다.

▲ 딱 한 가지 힘든 게 있는 데 바로 이 부분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대구은행이라고 하면 '컨추리은행'(지방은행)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고민하다가 '대구은행' 옆에 '아이엠(iM)뱅크'도 같이 붙여서 광고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기도 했었다.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라고 보고 계속 고민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시중은행 전환은 본격적으로 이미지 변경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로 가기 위해선 대구은행·DGB는 조금 촌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런면에서 난 'iM뱅크'가 괜찮다고 본다. 대구에서는 대구 iM뱅크로 쓰면 될 것 같고. '인텔리전트 모바일 뱅크'(Intelligent Mobole Bank)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DGB의 경우 어감이 좋지 않은 측면도 있고, 의미가 좋지 않은 단어들이 'D'로 시작하는 것이 많은 점도 부담이다. DGB에는 '디지털 글로벌 뱅킹'(Digital Global Bnaking) 그룹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제 '인텔리전트 모바일 뱅킹 그룹'으로 한 단계 더 탈바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 시중은행 전환 관련 향후 계획은.

▲9월 말에 인가 신청을 내고, 12월 말까지 인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전담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컨설팅도 병행하면서 준비 중이다.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 절차를 거칠 지 여부는 조만간 결정이 될 것으로 안다. 금융위가 결정해 주는 것에 맞춰 진행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존 시중은행과 체급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 몸집은 키울 예정인가.

▲자산 등을 절대 무리하게 늘리지 않겠다는 게 대원칙이다. 외형을 무리하게 확대하려고 하면 이상한 자산들이 꼭 들어간다. 적정한 인원과 자산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일단 몸가짐이 쾌적해야 한다. 더 쪼개야 된다. 안 그러면 비효율이 너무 커진다. 계속 신종자본증권 찍고 부채 늘려 외형을 확장하는 방식은 제한도 있고 우리 입장에선 할 수가 없다. 가장 효율적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목표다. 덩치 큰 기업이 생존하는 시대는 아니다. 잘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거다. 과거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청나라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기동력을 극대화한 소형 군함으로 대형 군함들 위주인 청나라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 싱가포르 운용사 설립을 추진 중인데. 향후 포트폴리오 개선 차원에서 인수·합병(M&A) 계획이 추가로 있는 지.

▲결국 크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쪽을 키워야 한다. 투자은행(IB) 업무를 해야 된다. 예대마진만 먹는 사업구조는 지속이 안 된다.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 자금조달 많이 하는데, 향후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되면 중견기업들 니즈도 생겨날 수 있다. 지금 은행들이 해외 진출하는 거 보면 리테일 중심으로 나가는 데 이건 리스크가 굉장히 큰 거다. 중국이나 러시아 봐라.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치고 빠지기 용이한 IB 부문이 유리하다. 또 DGB금융은 이미 종합금융의 면모를 갖춘 만큼 현재 단순 외형확장을 위한 M&A는 필수 사항이 아니다. 다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이 있다면 열린 시각으로 검토하겠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나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되는 M&A에 관심을 둘 계획이다.

-- 지배구조·조직문화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으로 안다.

▲시중은행을 돌다 DGB금융에 와 보니 문제가 많았다. 일단 사람을 모르는 데다 인사 고과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년가량은 일단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인성·도덕성·실력 모두 검증한 뒤 행장·임원시키는 과정을 만들었다. 임원들에 대한 투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언제 나갈 지 모르는 데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고민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임원 하나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 임원 교육을 엉터리로 해 놓으면 이를 롤모델로 삼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어려워진다.

-- 최근 은행권 전반에 내부통제 이슈가 잇따르고 있는데.

▲살면서 보니까 사람이 장난치는 것을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단 나는 휴가를 모두 다 가라고 하는 편이고, 직원들의 해외 연수 등도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대체 근무자를 두면서, 적어도 15일 이상은 다른 사람의 업무를 해봐야 견제가 된다. 우리나라처럼 휴가를 잘 안 내는 문화에서는 부정 발견이 매우 어렵다. 다만, 전문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2~3년마다 옮기는 것에 대해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 도덕성과 시스템, 교육의 문제다. 특히, '지속적인 교육'은 가장 중요하다. 콩나물에 물 한 바가지를 뿌리면 물이 다 빠지더라도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조금씩이라도 지속적으로만 해주면 효과가 난다. 그렇게 교육 받은 사람들은 일정 범위를 넘어가는 리스크에 대해 통제를 하기 시작한다. 근데 대부분 반복을 안 하는 게 문제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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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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