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독일 경제가 제조업 생산 정체와 높은 에너지 가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또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독일은 지난 1990년대 막대한 통일 비용과 실업률 급상승 등으로 '유럽의 병자'라는 딱지가 붙은 바 있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독일 Ifo 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진 명예소장은 1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독일 경제의 부진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며 "독일 산업의 핵심이자 많은 부분이 연관된 자동차 산업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는 작년 독일 수출의 15.6%를 차지했다.
독일은 작년 5월 약 30년만에 처음으로 총 10억유로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6월에는 187억유로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다.
진 명예소장은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된 독일의 목표를 둘러싼 의구심도 '유럽의 병자'라는 묘사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오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독일의 이와 같은 계획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의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나치게 야심찬 행보라고 지적했다.
진 명예소장은 독일이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 에너지에 의존할 경우 기업이 '변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는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데다, 이와 같은 문제를 기존 에너지원으로 메울 경우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4일 호주파이낸셜리뷰(AFR)는 코로나19 이후 영국이 '유럽의 병자'였지만 이제는 독일이 그 왕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AFR은 독일의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이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조업 부문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소매판매도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공공차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내년 재정정책을 타이트하게 조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매체는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3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독일의 경제 상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려워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독일경제 부진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중국 등 대외수요 둔화가 가세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jhmoon@yna.co.kr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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