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국민銀 외엔 운영 경험 부족
환시 개방 땐 외국계은행과 경쟁력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자거래가 허용됐지만 국내 은행권 전반에 도입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외환시장의 역외 개방으로 해외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할 때 외국계은행의 선진화된 전자플랫폼(API)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 환시에 따르면 몇몇 곳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은 전자거래 기반이 되는 API 개발을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에 완료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말 서울외환시장협의회는 행동규범 개정을 통해 전자거래 도입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엔 저마다 은행 사정과 여건에 따라 전자거래 도입 속도 차이가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재작년 12월 서울 환시에서 첫 전자거래에 성공했다. 현재 가동하고 있는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은 하루 평균 3억 달러 이상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작년에 493억 달러를 기록한 거래량은 올해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도 올해 1월 외환거래 플랫폼인 'KB Star FX'를 가동했다. 일평균으로 5천만 달러 이상 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은행권에선 이를 제외하면 아직 공개적으로 API를 출시하지 않았거나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인 상태다.
신한은행은 작년에 API 개발을 완료했지만, 내부 지점 물량을 처리하는 용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올해 11월경에 API 개발을 완료할 계획을 갖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존에 사용하던 API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위한 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다수 은행이 API 운영 및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실제 보편화 단계까지 감안하면 전자거래 도입은 진척이 느리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은행에서 API 개발을 완료한다고 해도 다양한 시행착오와 개선 작업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API 거래는 단순 체결부터 반대 거래(오토헤지)까지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면서 고도화된다. 일련의 주문 처리 과정을 전자화하는 만큼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 등에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외환시장 역외 개방이 시작돼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 참여를 시작으로 외환 거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예정이다.
이미 전자거래가 보편화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주요 외국계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은행들이 API 운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미 국내 외은 지점도 API 개발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또한 API를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기존에 보이스 주문과 달리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API 거래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선제 도입한 은행의 API에 익숙해진다면 고객 물량이 해당 은행으로 정착할 수 있다.
환시의 한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API는 고도화해서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다"며 "(국내 은행도) 선진 IB나 은행들 모델을 따라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