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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한화 맞손-②] 김남구와 김동원…오너家의 스마트한 만남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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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화생명의 이번 전략적 협업은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 내 오너가(家) 금융 그룹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보여주는 '다른 듯 닮은' 경영 방식이 최근 양사의 공격적인 행보와 맞물려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련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한화생명의 보험 판매 자회사(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하 한투PE)와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지분 11.1%를 인수하게 됐다.

◇ 상장차익에 투자금 회수까지…상품 라인업 강화는 덤

통상 CPS는 투자자가 우선주를 협의가 이뤄진 수량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올해부터는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오르면 전환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토탈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를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에 한국금융지주 자회사들이 재무적투자자(FI)로 지분 투자에 참여하지만, 이번 출자가 갖는 의미는 그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피플라이프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3년 출범한 독립계 GA인 피플라이프는 당시 보유 설계사만 4천여 명에 달하는 대형사였다. 이들의 인수가는 2천억 원 중반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화생명의 인수가를 두고 GA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한화생명은 GA 외형 확장은 물론 IPO 추진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금융지주는 상장 전 GA에 사전 투자함으로써 향후 상장차익 획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한국금융지주는 그간 보험 자회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험산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기회를 얻게 됐다. 앞서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를 통해 은행 산업을 경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사는 상품은 물론 관련 금융 서비스를 상호 우선 제공하고, 대 고객 서비스 확대를 위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계약은 보이지 않는 중장기적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며 "표면상 계약은 1천억 원이지만,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GA를 매개체로 한 그 이상의 투자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구와 김동원, 다른 듯 닮은 공격 행보

한국금융지주와 한화생명은 최근 각각의 업계에서 공격적인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명확한 오너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톱티어 상장 금융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초대형 IB 타이틀을 딴 이후 끊임없이 외형 확장에 도전했다.

카카오뱅크 초대 출자자로 지속적인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은행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검토하며 은행업에 대한 진심을 표현했던 김남구 회장은 결국 카카오뱅크 투자로 그 꿈을 이뤘다.

40세 젊은 나이에 동원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기 시작했던 김남구 회장은 당시 중소형 증권사에 불과했던 동원증권을 지금의 한국금융지주로 육성했다. 지난 2003년 한국금융지주가 동원그룹에서 분리되며 독자 경영을 시작한 김 회장은 당시 동원그룹보다 몸집이 작았던 한국금융지주의 몸집을 동원의 두 배로 키워냈다.

이번 GA 지분투자가 남다른 의미로 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한국금융지주는 다양한 보험사 매물을 검토했다. 그룹 내 유일하게 없는 보험 포트폴리오를 메울 마지막 퍼즐을 두고 심사숙고했다는 후문이다. 한국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성장성이 있는 보험사 매물이라면 언제든 뛰어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화생명은 보험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의 사실상 중간 금융지주다. 그룹 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한화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안을 지속해서 검토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의 차남 김동원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에 자리하며 사실상 금융 계열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한화생명의 신성장 동력인 디지털 사업 전략을 책임지며 자회사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 드림 플러스 등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올해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해외 사업으로 관심 영역을 확대하며 남다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단행한 GA 인수는 김동원 사장 체제에서 한화생명의 공격적인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판매채널을 강화한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신계약 월납초회보험료 업계 1위를 달성하며 올해 상반기 실적을 통해 탄탄해진 영업 기반을 여실히 증명했다.

한화생명은 현재 추가 GA는 물론 다양한 해외 금융사 인수와 지분투자도 추진 중이다. 관련 업계는 한화그룹 내 경영승계 구도와 맞물려 김 사장이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 한화생명 모두 그룹의 구심점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톱티어 오너 금융 그룹의 축"이라며 "두 그룹 모두 금융권 내에서 공격적이지만 한국금융지주는 노련한, 한화생명은 역동적인 오너들의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왼쪽부터)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jsjeong@yna.co.kr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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