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적 시기인 유럽은 석유 공급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데이비드 셰퍼드 파이낸셜타임스(FT) 에너지 담당 에디터는 6일(현지시간) 오피니언을 통해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연동된 영국과 유럽 등의 휘발유 가격 인상은 잘 설명이 되지만, 정제 비용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동향 외에 유럽의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된 석유 가격 상승에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디젤을 예로 들었다. 국제유가가 14% 오를 때 유럽의 디젤 도매가격은 25% 이상 급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유럽 정유사들이 재고를 적게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셰퍼드 에디터는 소개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재고 축적을 위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마침 항공·운수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증가해 수급 마찰이 생기기까지 했다.
사실 이는 단기적인 요인이고 장기적인 고민거리가 더 있다고 셰퍼드 에디터는 강조했다. 유럽 정유사들의 정제 처리능력이 낙후됐다는 점이다.
그는 유럽의 정제설비가 아시아 등 다른 지역보다 훨씬 오래됐다고 전했다. 이 중 일부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경제활동이 부진해지자 문을 닫았다. 약 3년간 유럽 원유 정제 용량의 5%가 손실됐고,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야기했다고 셰퍼드 에디터는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유럽에는 큰 이슈다. 원유 대체 문제와 운송비 등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 정유업체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교체하면서 동일한 처리 수율을 얻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3분기에 유럽 정제 가동률이 전년보다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정제 설비를 늘린다면 이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은 전기 자동차 보급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투자 의향이 없는 실정으로 전해진다. 유럽 내 석유 가격 상승률이 국제유가 대비 높아지자 투기성 거래까지 들어오는 모습도 셰퍼드는 에디터는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불만의 겨울이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