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남승표 기자 =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주기적으로 위기설을 잉태했다.
토지확보를 위해 빌린 브리지론 PF가 원흉이다. 단기대출인 브리지론은 착공으로 넘어가면 장기대출인 본PF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레 해소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이 흐름이 끊겼다.
정부는 브리지론의 장기대출 전환을 위해 증권사 규제 완화와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한도 확대 등을 제시했지만, 자본시장법과 사업성 악화라는 두 가지 난제에 막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7일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발행통계(화면번호 4715)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F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잔액은 34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5천억원 줄었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PF ABSTB 유통물 월평균 기준 매입금리는 지난해 9월 3.7%였다가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0월에는 6.1%까지 치솟았다.
이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더해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까지 건설업계 악재가 겹치면서 재차 활기를 잃었다. PF ABSTB 유통금리는 4.5% 안팎으로 여전히 높다.
금리를 높게 매겨도 투자자들은 '부동산'이나 'PF'라는 단어가 붙은 금융상품을 꺼려 발행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PF ABCP·ABSTB는 발행량보다 만기도래량이 많은 달이 더 많았다. 만기가 돌아왔는데도 차환하지 않은 물량이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달 차환하지 못한 규모는 1조 원으로 재차 늘었다.
현재 부동산 사업장의 만기는 1~3년이다.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ABCP는 착공으로의 전환이 지연되면서 통상 1~3개월마다 차환이 필요해 만기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3개월마다 돌아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 사업장 기간과 조달 만기를 최대한 일치시켜 차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PF ABCP 등 유동화증권을 기초자산과 만기가 일치하는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금융당국은 PF ABCP 전환한 대출에 적용되는 순자본비율(NCR) 위험값(100%)을 32%로 완화하며 전환을 유도했다.
그런데도, PF ABCP를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채무 보증만 하던 ABCP를 대출로 전환하면 증권사는 부실 우려를 직접적으로 떠안아야 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NCR은 둘째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은 자기자본 100% 안으로만 가능한 신용공여 한도로 포함되다 보니, 금융당국 요구대로 하려면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신용공여 규모를 줄이는 등 수익성까지 포기해야 한다.
상반기 만기도래해야 했던 국내 부동산 투자 건의 약 70%가 만기연장으로 연명하면서, 증권사들은 연간 자체 신용공여 한도로 설정해 놓은 규모를 턱 끝까지 채운 상황이기도 하다. 신규 장기대출을 취급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서 PF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신용공여 한도 계산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추진되지 못했다. 자본시장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량한 PF ABCP를 취급하던 증권사까지 장기대출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면서, 자금 운용 자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제공하기로 한 10조 원 규모의 PF 대출보증 이용실적도 저조하다. 5월 말 기준 HUG의 PF 보증 공급 실적은 3조6천억 원 정도다.
대출 보증 한도를 넓혔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시공을 맡을 건설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시장 안정화 방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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