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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0년 만의 경제 위기…시진핑 리더십 불안

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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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NZNTSugzmk]

※ 이 내용은 9월 6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중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 계속 들리고 있는데요. 팬데믹이 끝나면 경기가 크게 살아날 줄 알았는데, 부동산 쪽에서 균열음이 들리더니 40년 만의 경제 위기라는 진단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어렵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좌절감도 크다고요.

[권용욱 기자]

네, 중국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는데, 탕핑족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중국에서 돈을 벌고 사회적 성취를 추구하라는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삶에 대해 열정이 없는 태도로 살아가는 젊은 사람을 뜻한다고 하는데요.

한국에 엔포세대가 있다면 중국에 탕핑족이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탕핑족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라 부모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정규직 자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경제 지표로도 나오는데요. 중국 당국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지난 6월의 청년 실업률은 21%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가 50%에 가까울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중국의 젊은 세대가 얼마나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가 또 있습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여성 한 명당 1.0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고요. 인구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이 40년 만의 경제 위기라고 한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위기라 더욱더 크게 와닿겠네요.

[기자]

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던 호황기만 알고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요즘 분위기는 유독 낯설 것 같은데요.

실제 연초에 코로나 통제에서 벗어나면 경기가 크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렇지 못했고요. 대신에 주택시장은 얼어붙고 소비자들은 돈을 쓰지도 않고요. 조금 전 전해드린 대로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하지 못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사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 위기 때문에 정부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는 사실 앞으로가 더 문젠데요. 중국 GDP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80%까지 따라왔었는데요. 중국은 최소 10년간 향후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것으로 보여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구요. 오는 2035년이면 미국 GDP의 두 배를 넘어서겠다는 중국 당국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중국의 경기 회복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지 않았나요.

[기자]

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시달릴 때 중국은 부채를 통해 주택과 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중국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이 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얘기도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2008년에 성공했던 정책들이 이제 다시 중국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는 결국 부동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의 지방 정부를 빚더미에 앉게 했고요.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도 현금 부족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 때까지 시진핑 리더십이 보여준 게 사실상 크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요.

[기자]

네, 가장 최근에 나온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조치가 기준금리 인하인데요. 기준금리가 되는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쳐 시장의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또 중국 중심의 산업정책은 미국과의 경제적 갈등을 악화시켰고요. 중국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실 문제를 관리하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지난 팬데믹 당시에는 자국 기술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혼란을 키우기도 했고요.

이렇게 중국 정부가 연이어 정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데요. 바로 당장의 경제 성장이 중국 공산당 또는 시진핑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진핑은 당장의 큰 현안은 민생 경제라기보다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경제 갈등, 또는 잠재적인 군사 충돌을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 경기가 이렇게 어려워지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사회 불안도 커진다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사실 중국 공산당이 수십 년 동안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중국인들이 큰 불만 없이 공산당 통치를 받아들이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암묵의 약속 때문이었는데요.

경기 위기로 인해 이런 암묵의 이해 관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평가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은 이제 물질적인 부유함에 대한 약속보다는 정치적인 충성심을 더욱더 요구하고 있는데요. 젊은이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인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 때문에 자국 국민들이 어려워하는데, 국가 이익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진 않는데요.

[기자]

네, 중국 특유의 전체주의 체제라는 특징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시진핑의 권력이 그 어느 때보다 독점화되어 있다는 부분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중국은 지난 10년 간 부패하거나 국가에 충실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되는 공무원들을 축출하는 캠페인을 벌여왔거든요. 그래서 시진핑에 대한 명백한 도전자도 사라졌고, 국가 시스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권위주의가 강화되면, 좋은 점은 당장 반대하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건데요. 하지만 나쁜 점은 모든 책임이 온전히 최고 권력자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겁니다.

시진핑이 개인적인 권력을 그동안 너무 많이 쌓아오고 충성스러운 인사들로 공산당 최고 지도부를 구축해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일이 잘못될 때 과거 그 어느 전임자들보다 시진핑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창 총리도 시진핑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임명됐거든요. 미국 CIA에서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내고 현재 대중국 전략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랜달 필립스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시진핑에게 정치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시진핑이 이번 경제난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고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죠.

[앵커]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얼른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되며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데요. 이럴 때는 소비 진작을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하지만,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첨단 제조업 중심의 국가 주도 경제를 꿈꾸는 시진핑의 이상과는 크게 배치되는데요.

결국, 한쪽에서는 대규모 기술 기업을 압박하면서 부유한 기업에 대한 '좌파스러운' 접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하고 게으른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우파적인 접근을 하는 셈인데요. 이렇게 잘못된 좌파와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융합돼서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기도 합니다.

[앵커]

시진핑 주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경제를 일단 살려야한다는 이야기도 쉽게 나오지 않겠군요.

[기자]

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고위급 인사급들은 경기에 대한 '가짜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고요. 청년 실업률 같은 불리한 경제 지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발표가 중단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최고의 인재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지만, 충성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한대요. 이런 폐쇄적인 관료 조직에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나 독창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경제 위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시진핑 리더십에 금이 갈 것이란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데요.

2000년대만 해도 서방이 바라보는 중국은, 무역과 시장, 경제 성장 등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나 개인의 자유를 증진할 것이라고 믿어왔는데요.

이제는 그와 반대로, 독재정치가 중국 경제를 얼마나 망가뜨릴 것인지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실제 그렇게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40년에 걸친 고성장 시기를 지나 이제는 실망의 시기로 접어든 것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데요.

중국이 과거의 경제적인 기적의 시기가 일찍 끝나버린다고 해도 시진핑이 장악한 막강한 권력이 당장 위협을 받지는 않겠지만요. 중국인들이 미래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용한 형태의 저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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