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gEH-rlx4M8]
※이 내용은 9월 7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최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지난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이후 여러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정부의 재정기조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부터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안까지 많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우선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욱 기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는 말을 강조했는데요. 실제 정부가 편성한 내년 총지출은 657조원으로 올해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또 하나 특징은 국가채무를 많이 늘리지 않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으로 약 23조원의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인데요. 세부 내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R&D와 국고 보조금 사업에서 각각 7조원과 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면 2.8%가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먼저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총지출 증가율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반대로 확장재정을 고수했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이 8.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씀씀이를 상당히 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4.9%인데요. 쉽게 말해서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정부 지출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긴축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긴축재정이란 단어보단 건전재정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앵커]
현재 경기가 썩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겠다고 하니 반대 의견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외부의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어떤 정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외부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우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는 시점에 건전재정이 웬 말이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복지부동이 드러난 예산안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곳은 정부이지만 국회가 심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이런 목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데요. R&D 예산 삭감이나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등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이 많기 때문에 예산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반면,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에선 긍정적인 코멘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개만 소개해보자면 IMF 연례협의 대표단이 어제까지 우리나라 방문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대표단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에서 우리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대해 적절한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 당분간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예산안은 건전한 재정 관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건전재정을 앞세우는 것은 국가채무, 즉 나랏빚을 늘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는데 내년 나라 살림은 좀 나아지는 건가요.
[기자]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지만, 내년에도 나라 살림 적자가 늘면서 국가채무는 증가할 전망입니다. 정부의 재정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 중에 관리재정수지라는 게 있는데요. 단순히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지표가 통합재정수지입니다. 여기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하면 그게 바로 관리재정수지입니다. 관리재정수지가 국가의 재정 상황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재정건전성을 판단할 때 주로 이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예산안 자료를 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58조2천억원에서 내년 92조원으로 33조8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2.6%에서 3.9%로 1.3%포인트 높아지고요.
적자가 늘면 나랏빚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발행액은 올해 45조8천억원에서 내년 81조8천억원으로 많이 늘어납니다
국가채무는 61조8천억원 증가해 1천196조2천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입니다. 다시 말해 내년에는 나랏빚이 1천200조원에 육박할 거란 얘깁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정부는 현재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재정준칙은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입니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약속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한도가 3.0%입니다. 내년도 예산안대로라면 이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셈이죠.
[앵커]
총지출 증가율을 상당 폭 줄였는데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나는 건가요.
[기자]
그건 바로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세금이 예상했던 것보다 덜 걷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가정에서도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서 지출을 줄여도 들어오는 월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버리면 적자가 나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정부의 재정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세수 펑크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올해 7월까지 국세수입은 217조6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조4천억원이나 줄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 작년과 같은 규모로 세수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세입예산보다 48조원 정도가 부족합니다. 일각에선 세수가 최대 60조원 정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올해 안 좋았던 세수 여건이 내년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367조4천억원인데요. 올해 본예산 대비 33조1천억원 정도 줄였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세수 전망을 낮춰 잡은 건 경기 회복세 지연과 수출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반영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의 영향이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얘기를 들어 보니 세수 상황이 정말 심각한 것 같은데요.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 건가요.
[기자]
정부는 이렇게 세수 전망이 빗나갈 경우 세수 재추계라는 걸 합니다. 달라진 경제 상황에 맞춰 세수 전망을 수정하는 거죠. 기재부 내부에서는 세수 재추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재추계 결과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연합인포맥스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정부가 세수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외평기금입니다.
먼저 외평기금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외국환평형기금을 줄인 말인데요. 정부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기금으로, 일종의 외환 방파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구체적인 기금 운용 상황까진 알 수 없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 속에서 정부는 외평기금을 활용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매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그간 쌓인 원화가 상당한 규모라는 게 외환시장 안팎의 평가입니다. 외평기금에 쌓인 원화로 세수 부족을 충당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 거죠. 외평기금을 바로 쓸 수는 없으니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보낸 뒤에 공자기금이 다시 정부 일반회계로 넘기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약 19조~20조원 정도의 외평기금을 공자기금으로 보내고 다른 기금의 여유 재원을 끌어와 총 21조~22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집행되지 못하는 자연 불용액을 더하면 32조~33조원까지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습니다. 또 직전 연도 회계 결산 후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잉여금이란 게 있는데요. 그것까지 합치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36조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연합인포맥스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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