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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명가' 삼성자산운용 점유율 40% 깨졌다

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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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박경은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절대 강자'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 40%대가 무너졌다.

한때 ETF 시장 절반 이상을 독식했던 삼성운용으로서는 계속되는 점유율 하락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 진출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투자자에게 '엣지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게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 도약에 밀린 삼성운용…ETF 점유율 '30%대' 터치

8일 연합인포맥스 ETF 기간등락(화면번호 7107)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ETF 시장 내 순자산 비중은 지난달 31일 39.92%를 기록했다. 1일까지 39%대를 유지하다 4일 이후 40%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은 건 ETF 시장 확대 속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2020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50%를 웃돌았다는 점에서 삼성운용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점유율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삼성운용의 50%, 미래에셋운용의 30%, KB운용의 10%를 ETF 시장 '게임체인저'로 볼 정도로, 쉽게 깨지지 않을 숫자로 봤다.

하지만 한투운용, 한화운용, 신한운용 등 중소형 운용사들의 순자산은 올해 들어 9조원에서 15.5조원으로 72.8%가량 급성장했다. ETF 대형사인 삼성운용을 포함해 미래에셋운용, KB운용 등은 각각 10조5천억 원, 10조4천억 원, 1조5천억 원씩 순자산이 증가했음에도 모두 점유율은 하락했다. 각각 1.55%포인트(p), 0.44%p, 0.95%p 줄었다. 파이가 커지면서 대형사들의 점유율이 줄어든 것이다.

과거 삼성자산운용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독식하며 국내 ETF 시장을 선도했다. 직접 금융당국을 설득해 국내 관련 법규를 제정하는 데 일조했으며, 국내 최초 ETF 상장을 이끈 개국공신 운용사다.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선보인 것도 삼성운용이다.

2010년 중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삼성생명 자회사로 수직계열화되면서 삼성운용은 그 수혜를 온전히 봤다. 당시 운용자산이 2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자산운용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ETF에서도 삼성운용의 '압도적 1위'라는 타이틀은 유지될 것으로 점쳐졌다.

해당 타이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2020년 삼성운용은 유가 폭락을 계기로 원유선물 ETF와 관련해 소송 전에 휘말렸다. 삼성운용은 투자자를 보호하려면 롤오버 전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력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의 운용 방식이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후발주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ETF 시장이 급성장한 점도 점유율 하락에 한몫했다.

투자자의 관심이 ETF로 몰리자, 대부분의 운용사가 팬데믹 이후로 ETF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견 운용사에 삼성운용 출신의 ETF 인력들이 영입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해당 시기에 ETF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운용사만 해도 5곳이 넘는다.

팬데믹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 1월 전체 운용사의 ETF 순자산은 51조7천122억 원이었다. 올해 6월 ETF 순자산은 100조를 넘어섰다. 3년 6개월 만에 2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운용은 적극적인 홍보와 영업으로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개인투자자 보유 금액 중 48%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에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적극적으로 리테일 수요를 공략한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ETF 시장의 37%를 차지했다. 작년 8월에는 삼성운용과의 순자산 격차를 1조 원대까지 좁히기도 했다.

◇앰플리파이 통해 미국 ETF 시장 진출한 삼성운용…"상품성이 관건"

최근 삼성운용은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앰플리파이(Amplify)는 지난 8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앰플리파이 삼성 SOFR ETF(Amplify Samsung SOFR ETF)'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삼성운용은 작년 4월 앰플리파이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20%를 가진 2대 주주로 협력하고 있다.

삼성운용 입장에서도 해외 진출은 필요하다.

그간 홍콩 법인을 통해 비트코인 선물 ETF를 상장하는 등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했다.

최근 국내 금리형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듯, 무위험지표금리인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를 추종하는 ETF를 미국 진출의 첫 타자로 삼아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운용사가 미국에 선보인 ETF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삼성운용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투운용은 지난 2016년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인 '어드바이저 쉐어즈 한국투자 주식' 액티브 ETF를 뉴욕 거래소에 상장했지만, 폐지를 면치 못했다. 미래에셋운용 역시 지난 2014년 자회사 호라이즌ETFs를 통해 '호라이즌 코스피200' ETF를 선보였음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삼성운용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상품에 내걸어 상장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부족한 인지도를 돌파한다는 의도다.

관건은 상품성이다.

현재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SOFR ETF의 경우 이미 국내에 선보인 상품이기도 하다. 차별화된 지수를 공급하는 등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어야 유의미한 시장 공략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미 앰플리파이의 지분을 갖고 있어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미국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운용사들도 미국에 상장했다가 폐지한 사례들이 있기도 해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빼고 보면 결국 상품성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에 상장되는 상품은 최초 상품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이후에 어떤 상품을 선보이냐에 따라 시장 공략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oongjp@yna.co.kr

gepark@yna.co.kr

정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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