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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非은행장 출신' 양종희 선택…신사업 확장 '방점'

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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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최초 비은행장 출신 회장…'혁신의 아이콘'

외풍 차단하고 안정적 경영 승계 성공…윤종규, 유종의 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에 양종희 부회장이 낙점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양 부회장과 허인 KB금융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심층 면접과 평가를 통해 양 부회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윤종규 회장이 11월에 용퇴하기로 하면서 KB금융은 약 10년 만에 리더십 교체가 현실화하게 됐다.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맞물려 KB금융이 꾸준히 관리해 온 후보군을 토대로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이 끊임없이 시달려 온 '관치'와 '외풍'의 역사를 끝내고 안정적 경영승계를 이어가게 됨에 따라 새로운 지배구조 역사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최장수 CEO가 일냈다…첫 非은행장 출신 회장

양 부회장은 허인 부회장과 함께 유력한 회장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KB금융이 2018년부터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후계자 양성에 공을 들일 때부터 주목받았던 만큼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그간 '은행장→회장'이라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공식이 이어져 온 터라 허 부회장에 무게추를 실었던 금융권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양 부회장은 2020년 윤 회장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의 첫 주인공이다.

윤 회장과 가장 많이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3연임 하며 5년간 이끈 '최장수' 계열사 대표다.

출범 4년 만에 손보업계 '빅4' 입지를 굳히면서 KB금융의 균형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높은 기여를 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회추위는 KB금융이 은행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비은행과의 균형을 찾고, 신시장 확대를 통한 미래 경영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양 부회장의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본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은행은 초격차 성장을 이어 나가되 증권·보험·카드 등 계열사가 업권 내 탑티어로 자리하기 위해선 양 부회장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양 부회장이 오랜 기간 CEO를 맡은 덕에 그룹의 비전 및 가치관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능력도 탁월해 미래지향적인 경영 밑그림을 그리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EO 승계 시험대 통과…지배구조 모범 사례로 자리 잡나

금융권에선 윤 회장이 지난 9년간 공을 들인 'CEO 승계프로그램'이 첫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번 내부 출신 후보의 경영 승계가 이뤄지기까지 지배구조 흑역사를 반복해 왔다.

2008년 지주체제 출범 후 황영기·어윤대·임영록 회장까지 윤 회장 이전에는 모두 낙하산 외부 인사가 맡았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이자 측근으로 고대 총장을 역임하고 KB금융 회장에 오르자 선임 과정에 외압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2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외풍에 흔들리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인 'KB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9년 전 취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것도 바로 지배구조 강화였다.

그는 회장 후보자군 자격·관리·추천 절차 등을 담은 '경영승계 규정'을 제정하고, 사외이사진을 강화하는 등 외부 입김을 차단하는 등 예측 가능한 인사가 뿌리내리도록 했다.

현직 회장인 본인이 회추위에서 빠지겠다 결정한 것도 윤 회장이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비판이 커지던 시절에 나름 파격적인 조치였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후배들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해 후계 구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KB금융은 매 분기 20명 내외의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관리하면서 내부 회장 후보자 군을 대상으로 경영현안 주제발표, FGC(Future Group CEO Course), 이사회 워크숍 등을 통해 검증해오고 있다.

3명의 부회장 체제를 도입해 매년 직무를 순환하면서 끊임없이 경쟁시켜온 것 또한 후계자 육성 노력의 일환이다.

금융당국도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 짜였다고 극찬하며 선진 선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서 관치 등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금융당국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안정적 경영승계가 이뤄지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내부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 힘든데 그만큼 승계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면서 "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외부 출신들의 이름이 함부로 오르내리지 않은 점 등은 향후 다른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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