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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반대 표심 돌려 만장일치…KB금융 회장 오른 '한 끗'은

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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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추위, 2차 재논의 끝에 양종희 최종 후보자로 의견 모아

외부 입김 철저히 배제…공정·투명한 경영승계 모범사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지난 8일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최종 면접일. 시내 한 호텔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사회 사무국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산 70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 회장이 9년 만에 바뀌는 만큼 최종 후보 1인이 누가 될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뜨거웠다.

KB금융 이사회 사무국 직원들은 행여나 면접 장소가 외부에 새어나갈까 면접이 임박해서야 후보들에게 장소를 알려주는 등 '007 작전'에 버금가는 철저한 '비밀 작전'을 펼쳤다.

오전 9시. 3명의 후보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인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 개발은행(HD) 회장을 시작으로 양종희·허인 부회장 순으로 후보당 2시간 남짓 심층 인터뷰가 진행됐다.

회추위는 이날 7시간이 넘게 진행된 면접을 토대로 최종 평가에 돌입했다.

회추위원들은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에 노력 등 5개 항목과 25개 세부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겨 1차 투표를 진행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양 부회장 표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나머지 두 후보자를 선택한 사외이사들도 더러 있었다.

회추위는 재논의에 들어갔다.

평가 항목을 토대로 후보별 장단점을 파악하며 1시간 남짓 이견을 조율했다.

사외이사들은 두 차례의 인터뷰와 사전 평판 조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B금융 회장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유한 적임자가 양종희 후보라는데 최종적인 뜻을 모았다.

회추위는 3명의 후보자 모두 회장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회추위원들이 여러 평가 항목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였다.

회추위원들은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자리를 물려주는 윤종규 회장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DT) 시대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전략을 명확히 제시할 줄 아는 역량을 차기 회장 덕목의 1순위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부회장은 최종 면접에서 KB손해보험을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은 성과와 비은행 강화 계획, DT 시대 KB금융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강조하며 중장기적 비전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추위원들이 은행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비은행과의 균형을 찾고, 신시장 확대를 통한 미래 경영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도 양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양 부회장은 KB손해보험을 출범 4년 만에 손보업계 '빅4'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KB금융의 균형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은행장 출신이 볼 수 없는, 넓은 시야로 증권·보험·카드 등 계열사를 아우를 줄 아는 능력에서 타 후보들보다 앞서있다고 평가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미래가 은행보다는 비은행, 이자이익이 아닌 비이자이익에 있다는 점에 사외이사들이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윤 회장이 수년간 후보들을 경쟁시키면서 평가해 온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회추위가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자 금융권은 술렁였다.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시장의 예상을 다소 빗나갔기 때문이다.

후보자 중 국민은행장을 3연임 한 허인 부회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더욱이 허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라는 배경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회장 선임 절차의 반환점을 돌아 최종 결정이 임박했을 무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후보 3인이 추려지고, 금융당국이 인사에 개입하는 등 관치가 없다는 게 검증되자 양 부회장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변화하는 금융 트랜드 등이 양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최종 면접이 임박해서 양 부회장 쪽으로 분위기가 잡힌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 직후부터 관치 논란을 의식해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KB금융의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극찬하며 선진 선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만큼 제대로 작동되는지만 점검했다.

지역 안배도 없었다.

양 내정자는 전북 전주 출신이다. 현재 윤 회장(전남 나주)을 포함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전북 임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전남 보성)이 호남 출신이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충청(충남 부여) 출신으로 영남권 출신은 없다.

지역적 균형을 고려할 때 영남 출신인 허인 부회장(경남 진주)이 유리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2020년 허인 당시 행장이 연임할 때도 KB손해보험 대표였던 양 내정자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회장·행장 모두 호남이라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 최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괜한 관치 오해를 받을까 봐 KB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선 일부러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으려 했다"면서 "수년간 검증된 능력, 예측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잘 작동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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