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7·IFRS9)을 도입한 국내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계리적 가정 산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금융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비교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무디스는 기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국내에만 있는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미칠 영향을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불확실성 남은 IFRS17, '장기 보장성 상품' 주목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IFRS17은 규제의 불확실성을, IFRS9은 투자의 변동성을 더한다(Regulatory uncertainty remains for IFRS17, IFRS9 adds volatility to investment results)'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보험사가 적용한 새 회계제도 체제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 무디스는 지난 5월 국내 금융당국이 발표한 계리적 가정에 주목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번 계리적 가정의 출발은 일부 한국의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관대한 계리적 가정을 통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고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최선추정부채(BEL)과 CSM 산출의 가정 설정에 대한 지침을 통해 보험계약 초기 단계에서 보험 이익이 과대 계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보험사가 올해 3분기부터 이를 반영함으로써 이전의 가정과 계산의 수정을 통해 CSM, 미래보험이익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무디스는 국내에서의 IFRS17 시행이 미래 보험이익의 측정을 둘러싼 지속적인 규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향후 한국의 보험사들이 포트폴리오 특성을 반영한 계리적 가정을 적용하고, 안정적이고 충분한 CSM을 산출하는 신규 사업을 지속해서 확보한다면, 규제 변화에 따른 CSM의 초기 변동성에도 IFRS4 체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보험 수익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한국의 보험사들은 상품의 혼합 설계 과정에서 장기 보장성 상품을 주목할 것으로 예측했다. IFRS17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충분한 CSM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장기 보장성 상품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생명보험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시금과 연금 판매를 수시로 늘렸지만, 2010년 중반부터는 장기 보장성 상품을 통해 IFRS17을 준비해왔다"며 "의미 있는 CSM을 창출하지 못하는 저축이나 연금상품보다는 장기 보장성 상품에 대한 생보사들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손해보험사의 상품 혼합 역시 65~70%가 장기 건강보험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장기 건강보험 상품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판매가 가능해 상품에 대한 주목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亞 보다 영향 큰 IFRS9…한국만의 특징 '채권 재분류' 사라지나
무디스는 IFRS9이 유럽이나 범아시아 국가보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경우 국내의 지급여력 기준에 해당하는 솔벤시Ⅱ 기준에 충족하고자 회계기준 변경 이전부터 자산과 부채에 대한 공정가치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채권 재분류'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은 일 년 간 100조 원 넘는 규모의 채권 재분류 작업을 단행했다. 요동치는 금리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을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행보였다.
삼성생명은 40조 원에 육박하는 국고채를 이관해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30조 원, 18조 원 규모의 채권 재분류를 단행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보험사는 손익계산서에 유입되는 자산가치의 변동을 최소화하고자 금리가 상승하면 만기보유금융자산(HTM), 금리가 하락하면 매도가능금융자산(AFS)으로 채권을 재분류해왔다"며 "특히 지난 2020~2022년 말까지 두드러진 현상을 통해 금리 인상 과정에서 평가 손실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IAS 39에 따른 이 같은 빈번한 재분류는 한국 보험사들만의 특징"이라며 "유럽과 범아시아 보험사들은 솔벤시 Ⅱ 탓에 공정가치로 자산을 분류하다 보니 현재의 IFRS9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한국에 더 중요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IFRS9 상 금융상품은 공정가치를 평가해 이자 손익과 함께 분기마다 단기 손익으로 인식하는 '당기손익_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Fair Value Through Profit and Loss·FVTPL)'과 공정가치로 평가하지만, 평가손익은 자본 항목인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해 당기손익으로 반영하지 않는 '기타포괄손익_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Fair Value through Other Comprehensive Income·FVOCI)', 그리고 공정가치는 평가하지 않는 대신 이자 손익만 인식하는 '상각후원가측정 금융자산(Amortized Cost·AC)'으로 분류한다.
무디스는 "IFRS9은 IAS39 상 HTM에 해당하는 AC로 기록하는 것에 엄격한 규정을 부과하고 있다 보니 더 많은 자산이 FVTPL와 FVOCI로 분류된다"며 "다만 한국의 보험사들이 보유한 대부분의 채권은 대체로 우량해 강화된 신용 손상 기준으로 충당금 적립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무디스는 "보험사들이 보유 중인 대출형 자산의 상당 부분은 PF와 각종 기업 대출 등의 대체투자라 위험하다"며 "한국의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경우 보험사들은 손상 충당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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