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신용리스크 커지는데…우리銀 '기업금융 1위' 승부수 현실성 있나

23.09.11.
읽는시간 0

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재건작업 본격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은행권의 기업 대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채 확대에 따른 신용리스크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영업 과열만 더 부추기는 역효과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포화한 상황에서 수익 개선을 위한 거의 유일한 탈출구로 기업대출 확장 정책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이미 대형 시중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 '2027년 점유율 1위 달성'이란 포부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리은행, 왜 기업대출 늘리려고 할까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향후 기업대출 부문에 집중해 2026년 말 기업대출 잔액을 207조4천억원, 가계대출 잔액은 139조2천억원으로 늘려 은행 자산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 60%, 가계대출 40%'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은행이 기업영업 강화에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한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기 어려운 만큼, 향후 실적 경쟁은 기업대출 증대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은행 간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천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707조6천43억원)과 비교해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고금리 상황에 기업들이 조달비용을 감안해 회사채를 발행하기 보다는 은행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점도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 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이 산업별 대출금 총 잔액은 1천842조8천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24조3천억원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당시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았던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강자로 꼽혔지만 현재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이 4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5천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었다.

2분기 순익 기준으로는 6천250억원으로 무려 31.6% 빠졌다. 4대 금융지주 중 꼴찌이며, 농협금융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고금리 및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기업금융 확대 전략으로 과거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해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우리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자연스런 수순이란 분석이다.

발언하는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서울=연합뉴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7 [우리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업금융, 건전성 악화되는데…괜찮을까

다만 과거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우리은행이 사실상 국책은행 역할을 하던 시절과 현재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우리은행이 고객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기업대출 경쟁이 과열된 상황 속에서 금리 경쟁 없이 기존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만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그룹장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경쟁을 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라며 "적시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업에 기여했는지를 본다. 지점장과 해당 기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행동에 따라 고객이 움직인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강화 전략도 제시했는데,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대상으로 여신을 늘릴 경우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대기업 여신을 약 15조원 증대하고, 2028년까지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산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는 매년 4조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기업대출의 건전성은 경기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데, 경기침체로 인해 하반기 기업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것도 우리은행으로선 큰 고민거리다.

경기 부진이 본격화할 경우 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연체 등 잠재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자산 건전성 악화는 손실 흡수 비용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금리에 이은 경기둔화로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통해 올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를 1분기 25에서 3분기 36으로 상향 전망했다. 취약업종 등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도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BSI 전망치가 96.9로 나타났다. 통상 100미만이면 기업이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영화 추진 이후 자산 클린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대기업 여신이 축소됐고 영업력도 위축됐던 아픈 과거를 우리은행이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 이후 시작된 건설·조선업의 불황으로 2013년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한때 3%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건설·조선업을 축소업종으로 분류하는 한편 우량등급 위주로 여신을 취급하는 등 '자산클린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선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아무래도 기업대출 쪽으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치고 나오는 있는 것"이라며 "다만 문제는 요즘 금리가 높아서 기업들이 소극적인 상황이라 신규 대출을 갑자기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고 업력이 오래된 기업들은 은행에 대한 충성도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금리 민감도는 예전에 비해 높아진 상황이라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윤슬기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