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거대 담론으로만 그쳤던 '신냉전'이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희귀 광물 등 첨단 산업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년간 진행된 이런 '고래 싸움' 속에서 중국은 어느덧 어느 정도 산업 자립화에 성공한 낌새마저 보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총 3회에 걸쳐 현실로 다가온 산업 패권주의와 그 이면, 그리고 국내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지난달 29일.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기습적인 '메이트 60' 스마트폰 출시로 세계의 이목은 중국의 기술력에 쏠렸다.
11일 캐나다의 반도체 전문 리서치 기관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3대를 분석한 결과, 모두 SK하이닉스의 'LPDDR5 12GB'와 '낸드 플래시 512GB'를 사용했다고 연합인포맥스 질의에 재차 확인했다.
앞서 테크인사이츠는 메이트 60프로가 7나노(nm) 공정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체 제작했으며, SK하이닉스의 LPDDR5와 512GB 낸드플래시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철저히 선을 긋고 미국 상무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이러한 SK하이닉스의 반박과 무관하게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분석에서 나온 LPDDR5의 경우, 미국이 전면적으로 화웨이에 제재를 가한 2020년 5월 이후에 생산된 제품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부터 휴대전화용 LPDDR5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바 있다.
7nm 공정의 AP 역시 미국의 제재를 무색하게 했다. 7nm 공정의 경우 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필수로 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EUV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막히다보니 이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여러 차례 가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AP의 수율은 EUV 제작 제품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계를 긋는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EUV 장비 없이도 7나노 공정을 성공했단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량 생산이나 상용화 가능성이 아닌, 기존 장비만으로도 첨단 공정에 도전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게 중요하단 뜻이다.
화웨이의 부품 국산화 성공은 단지 중국의 기술적 진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 등의 주요 기업들이 최대 매출원을 잃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퀄컴과 애플 등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퀄컴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약 60%, 그마저도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해체쇼'가 더욱더 위기로 다가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퀄컴은 그간 화웨이 플래그십의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납품해왔다. 하지만 화웨이가 AP도 국산화에 어느 정도 성공함에 따라 퀄컴은 새로운 매출원이 시급해졌다.
향후 테크인사이츠는 메이트 60과 메이트 60 프로+도 조만간 입고 후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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