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외환보유고로 세수(부족을) 막는 것인가."
BNP파리바(BNPP) 서울지점 서은종 대표는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3일 역대급 세수 부족분을 외평기금에서 끌어와 메운다는 뉴스를 전한 첫날 외국 투자자들과 불꽃 논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외평기금 전용에 따른 시장의 평가는 두 가지로 갈렸다.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는 외환보유고를 재정처럼 쓰는 것이 마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 같은 사례가 아니냐고 평가했다.
서 대표를 포함한 다른 쪽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결과 달러를 팔고 원화가 남았는데 이 자금을 쓰지 않으면 은행이 유휴자금(idle cash)을 요구불 예금에 담은 것과 같다며 이 자금을 지금 쓰고 나중에 외평채를 발행한다고 봤다.
이처럼 상반된 의견이 나온 것을 보고, 서 대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가에 대해서 먼저 놀랐고, 두 번째로 신흥국의 정책 영역의 제한성에 대해 고객들이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외환당국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시장의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서 대표는 지난 7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나 외환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과 우리나라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도 제시했다.
◇ "고환율은 구조적 변화가 원인…美는 거대한 진공청소기"
서 대표는 1,300원대 환율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구조적 변화'를 언급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글로벌 수요의 변화'가 있었으며 이런 변화가 구조적으로 오래갈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수출에 대해서 완만한 상승을 기대하지만, 이런 전망에 대해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논제의 핵심은 반도체 사이클의 공급 감소이다. 그러나 공급 감소가 수요를 견인하지 않는다. 글로벌 수요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조금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수요의 반등을 확신하기 어려워 고환율이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이라는 거대한 진공청소기(Great USA vacuum)' 상황이 진행되면서 선진국 통화(DM)가 신흥국 통화(EM)보다 선호될 것으로 서 대표는 예상했다.
서 대표는 "미국으로 투자 자금이 다 몰리는 상황에서 반전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며 환율은 1,300원 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P파리바의 연말 달러-원 목표치는 1,250~1,270원 수준으로 차이가 있다.
◇ "위기는 없겠지만 침체는 올 수 있다"
BNP파리바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2%, 내년 1.8%로 하향 조정했다.
서 대표는 '블랙스완' 리스크를 묻는 말에 "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침체 상황은 올 것 같다"면서 제조업 기반의 신흥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흥국이 가졌던 제조업 우위가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미래가 불분명한 만큼 주요 정책(재정정책 등)에서 총알을 아끼는 것으로 납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정상화되고 재정을 조금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금융정책이 완화적으로 돌 수 있는 사이클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 당초 내년 4번 이하를 예상했던 것에서 2~3차례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성장률 하락 전망에 따라 내년 1분기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에는 베이비스텝으로 인하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韓 자금유출의 트리거 포인트는 명목 금리차 아닌 성장 스토리"
서 대표는 "지금 고환율 스토리는 제조업 중심의 신흥국이 가진 어려움을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자금 유출의 트리거 포인트는 명목 금리차가 아닌 성장 스토리였다고 그는 꼬집었다.
서 대표는 "지금이 야구에서 말하는 9회 말, 클러치 상황으로 보이는 데 이 성장 스토리를 어떻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가가 첫째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시 선진화와 관련해서는 "선진화가 진행될수록 자본 유출이 제조업 신흥국 특유의 성장 함수에서 명목 내외 금리차의 함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워지는 데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 이런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서 대표는 "런던이나 싱가포르 로드쇼 갔을 때도 환율이 1,400원 갈 가능성에 대해 내외 금리차 확대돼서 환율이 올라간다고 하는 글로벌 투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부진한데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수출이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가 달러-원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
◇ "업무의 60%는 트레이딩에…BNPP에 묻는 컨센서스 만들겠다"
서 대표는 지난 2017년 JP모건에서 BNP파리바(BNPP) 서울에 합류했다. 한국 본부를 총괄하면서 행정과 세일즈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업무 시간의 60% 정도는 트레이딩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FX 딜러로 시작했지만 5년 전부터 이자율 트레이딩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부할 게 많다"며 웃었다.
FX와 이자율 트레이딩 팀을 이끄는 서 대표는 "외국 고객들이 한국에 대한 질문이 굉장히 많다. 한국에 대한 얘길 전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날 금리가 왜 올랐는지 환율이 왜 움직였는지 고객의 질문이 생길 때마다 '그건 BNPP에 물어보면 알아' 할 만큼 고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서 대표는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BNPP 트레이더나 리서치에 물어보면 된다는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BNPP 서울 딜링룸을 만들면서 서 대표는 '구성이 좋은 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는 "항상 양키스나 레알 마드리드는 우승을 못 한다. 슈퍼스타들이나 베스트 플레이어로 팀을 구성하는 것보다 꾸준한 선수와 클러치 상황에 강한 선수, 플로우 처리형과 리스크 테이커, 국내 경험이 많은 선수와 해외 경험이 많은 선수로 조화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능력치보다 구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딜링룸은 이자율 담당하는 3명의 트레이더, FX 트레이더 2명, 트레이니(trainee) 1명 등 모두 6명(서 대표 포함 7명)으로 구성돼 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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