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는 승자독식…수출대기업도 API 클릭하는 시대 온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역외 손님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는 하우스가 있다. 오랜 기간 고도화 작업을 거쳐 선보인 전자거래플랫폼(API) 거래를 통해 국내 외환시장을 찾는 해외 수요가 대거 몰려들고 있다.
내년 외환시장 선진화를 향한 길목에서 전자거래로 선진 수준의 인프라 환경을 제공하면서 환시 격변의 중심에 선 BNP파리바 서울지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은종 BNP파리바 서울지점 금융시장본부 대표는 11일 "당행의 E트레이딩 플랫폼은 현재 시스템적으로 가장 고도화됐다고 생각하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API 연결 이후 거래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BNP파리바 서울지점은 지난 5월 원화 거래에 API를 전격 오픈했다.
고객들에게 API를 연결해 본격적인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한 건 7월부터였다.
현재는 은행 플랫폼 '코어텍스(CORTEX)'에서 원화 거래는 하루에 많을 때 10억 달러 넘는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 간 달러-원 현물환 시장 거래량이 일평균 100억 달러 남짓인 걸 고려하면 빠른 성장세로 평가된다.
서 대표는 "아마 코로나 전에 최초 API와 알에프큐(RFQ, Request For Quotation) 도입에 대한 많은 회의가 있었다"며 "당시엔 찬성하는 견해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API와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등 당시엔 생소했지만, 지금 시장 참가자들 모두 상당히 새로운 환경에 친숙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환시는 지난 2021년 말 대고객 전자거래를 도입했다.
서 대표는 오랜 준비 기간에도 전자거래 중요성은 변함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서 대표는 처음 API를 글로벌 딜링룸에서 접했던 때를 '심봉사가 눈뜨는 순간'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시장이 순간적으로 급변해도 고객들 전화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딜링룸은 조용했다. 고객과 딜러들 모두 API로 신속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국내 전자 거래가 도입될 무렵에도 API가 일정 수준에 도달해 고객에게 효능감을 주기 위해 기다렸다.
서 대표는 "단순히 API가 고객 플로우를 패스스루(pass through)하는 HTS 같은 형태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며 "시간이 걸려도 정교하고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PI가 자동 헤지를 할 수 있는데 최적의 벨류(가격)를 찾아야 한다"라며 "현물환 호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역외 플로우와 선물, NDF가 모두 합쳐지다 보면 유동성 풀(pool)은 당연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국내 전자업체나 완성차 대기업도 API로 클릭하는 시장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API는 유동성 제공과 달러-원과 달러 선물, 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시장간 연계 거래와 오토헤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G10 선진 통화 시장에서 적용되는 주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조금 더 시스템을 고도화하면 API가 고객에 맞춤형 제안을 하는 경우도 상상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최근엔 싱글 플랫폼과 수많은 애그리게이터까지 쓰고 있다"며 "결국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플랫폼에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서 대표는 원화가 선진 통화로 발전할 준비가 됐다고 진단했다. 내년 외환시장 구조 개선 정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 관심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런던에 해외 로드쇼에서 글로벌 자산 투자기관들은 국내 환시 개방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이며 세세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고 귀띔했다.
서 대표는 "해외를 가면 한국에 대한 관심은 5점 만점에 4.9점"이라며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역외 손님들이 집중적으로 한국의 거시정책을 공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유동성이 풍부하고, 규제도 적고, 투자 회수를 언제나 할 수 있고, 국가 신용등급이 AA-로 은행 간 시장과 전자거래가 다 가능하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환시 개방을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외환 거래 후선에 있는 오퍼레이션과 법무, 내부통제 부서와 협력도 필수적이다.
서 대표는 "많은 제도가 선언적 제도 개선 이후 후속 조치들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도 변화와 거래 활성화는 다른 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제도를 개선하는 상황이지만 그다음 상황에 대해 실무적인 공부를 많이 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계지점 내 인력 유출 우려에 대해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 있는 원화 트레이더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건 인력 유출이 아닌 원화와 시장 참가자의 기회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국제화의 가치는 선수의 로케이션(위치)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선수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이나 김하성 같은 선수를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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