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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돋보기-③] 라이벌 vs 친구…삼성·LG의 '새로운' 관계 설정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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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플랫폼 활성화 '맞손'…연내 가전 상호 연동

삼성 앱에서 LG 제품 제어…제품 간 연결성 확대

(베를린·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전통적인 '라이벌'이다. 냉장고부터 세탁기, 에어컨, TV, 공기청정기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거의 똑같다.

회사 관계자들조차 자사엔 있고 상대 회사에 없는 제품을 쉽게 꼽지 못할 정도다. 한 곳이 무언가를 새로 내놓으면 곧바로 다른 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서로 견제하며 엎치락뒤치락한 결과다. 로봇청소기와 의류·신발관리기 같은 신(新)가전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IFA에선 그런 양사 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사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전의 대상에 상대 기업 제품을 포함하는 등 협력에 나선 모습이다. 서로를 비방하다 못해 소송전도 불사하던 과거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다.

삼성전자, IFA 열리는 베를린 곳곳에 '스마트싱스' 체험존

[연합뉴스 자료사진]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내 양사 가전 상호 연동을 목표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우선적으로 연동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앱에서 LG전자 가전을, LG전자의 'LG 씽큐' 앱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양사 가전 간 연결성이 구축된다는 의미다. 냉장고와 세탁기, TV, 에어컨 등 9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사실 이는 두 회사만 진행하는 내용이 아니다. 지난해 설립된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회원사 모두가 참여한다. 튀르키예의 베스텔, 일본 샤프를 비롯해 총 15개 사다.

이번 협력은 서로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스마트홈 플랫폼 활성화와 생태계 확장은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자사 제품 판매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촬영:유수진 기자]

또한 각 제품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이후 가전기업들이 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가는데에도 보탬이 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팀장(부사장)은 IFA 기간 가진 미디어 브리핑에서 "제품 브랜드와 상관없이 묶을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국제 표준 메터(MATTER)가 있다"면서 "지능을 가진 가전제품의 경우 메터만으로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생태계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어 HCA를 중심으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사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은 일부에 한정된다.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원격 동작과 종료, 모니터링 정도다.

이에 대해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 제품의 상세 기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능만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별도의 제한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향후에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할지는 모른다"며 "고객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오거나 하면 당연히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갔다.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HCA를 통한 협력 과정에서 경쟁사 제품을 포함해 AI 솔루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유 부사장은 "결정된 건 아니고 할 수는 있다는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

이번 IFA에선 LG전자가 처음 도전장을 내미는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재확인하고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선의의 경쟁'이다.

류 사장은 자사의 '스마트코티지'와 비슷한 컨셉의 삼성전자의 '타이니하우스'에 대해 "경쟁사에서도 수요가 검증됐다고 판단해 전시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 관점에서 편의를 더하고 좀 더 고급스럽고 안락하게 만드는 등 가치를 더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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