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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딜레마…발행량 안갯속 크레디트시장 "혼란"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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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85조 찍었는데 올해 예상치는 80조

더 찍지도 그렇다고 갚지도…시장도 한전도 '답답'

당국·정치권 변수에 유동적…"일단 지켜보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6월 이후 처음으로 재개한 채권 발행이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이뤄지면서 크레디트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장은 한전의 향후 발행 규모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섣부르게 파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심리 면에서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 한전채 금리 10bp대 높게 발행

12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한전채 2년물과 3년물을 각각 4.335%, 4.400%에 발행했다. 전일 민평금리 대비 14.9bp, 12.9bp씩 높은 수준이다. 발행 규모는 3천100억원, 1천900억원이었다.

민평금리보다 10bp대 높은 발행금리는 시장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 공사채가 민평금리보다 높게 발행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1~3bp 정도에 그친 바 있었다. 8일 발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 채권 5년물(4.196%)은 민평 대비 2.3bp 높게, 7일 발행된 주택금융공사 채권 2년물(4.080%)은 1.6bp 높게 발행됐다. 8일 한국가스공사 채권 3년물과 5년물은 3bp대 낮게 발행되기도 했다.

시장은 한전채의 발행 금리 수준에 놀라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처럼 한전채가 크레디트 경색 국면을 주도할지에 대해 시선이 엇갈린다.

연합인포맥스

◇ 추가 발행여력 제한…딜레마

일단 한전채의 추가 발행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서 혼란이 읽힌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채권 순발행 규모가 2조2천억원대, 외화표시채권(KP물)과 전자단기사채 등을 모두 포함하면 2조8천억원대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는 현실적으로 이 정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한전이 지난달 정부에 제출한 2023년~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KP 및 전단채 등을 모두 포함한 한전채 잔액을 80조2천935억원으로 예상했다. 한전법상 한전채 한도 등을 고려한 수치로 보인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는 있지만 현재 한전채 잔액이 85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이 올해 채권 발행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발행사별 회사채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90)에 따르면 12일 현재 전단채 등을 모두 포함한 한전채 잔액은 85조9천353억원이다.

올해 안에 모두 만기가 끝나는 전단채(11조3천700억원) 전액과 일반 채권, KP물 가운데 만기도래분까지 고려하면 한전은 올해 6조~7조원정도 추가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차환 발행도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한전 적자를 감안하면 더 많은 채권 발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채권을 다량 발행해야 하는데 발행 한도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딜레마 상태라는 것이다.

◇ 시장은 혼란…"일단 지켜봐야"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상황에 시장 참가자들도 혼란스럽다.

A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한전채의 경우 전기요금 등 사안에서 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변수가 커진다"면서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한전이 이번달에는 추가 발행을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어서 크레디트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C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한전채가 매우 약하게 발행되면서 심리가 위축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최대한 발행을 억제하는 쪽으로 하고 있는데 한전채 발행 한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협의를 계속해야할 것 같다"면서 "무작정 한도를 늘리는 것만도 해결책이 아니어서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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