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비용처리시 'CSM 부풀리기' 효과…금융당국, 보험사에 수정 요청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역대급 실적 경신에 힘입어 내부 '돈 잔치'에 몰두했다는 비난을 들었던 보험사들의 성과급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 내에서 보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단기 비용으로 성과급을 인식하는 것을 두고 보험계약마진(CSM)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실적에 비례하는 성과급은 어디까지나 일회성 요인이라는 게 이들 보험사의 입장이지만, 보험사의 호실적이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다수 보험사는 미래의 현금 흐름에 성과급 추이를 반영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중 특별상여금과 같은 성과급을 단기 비용으로 인식해 회계 처리하는 곳은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라이나생명 등 3곳이다.
나머지 보험사의 경우 각각 산출 방식은 다르지만, 사업비 가정에 성과급을 포함함으로써 미래 현금흐름에 반영하고 있다. 쌓는 비중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급을 미래의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8월 29일 송고한 ''역대급 보너스' 예고된 보험사…제각각 회계처리에 달라진 CSM' 제하의 기사 참고)
통상 보험사들은 최근 3년 평균치 성과급을 부채 적립 기준으로 삼는다. 내부 경영목표에 따라 매년 성과급이 다르지만, 이를 초과한 부분만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 성과급을 미래 예산으로 잡느냐 잡지 않느냐의 문제"라며 "사업비 가정에 (성과급이) 포함되지 않으면 단기 비용으로만 처리하는 것인데, CSM이 중요한 지표가 되다 보니 보험사들이 유불리를 따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IFRS17 체제에서 성과급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성과급의 사업비 가정 포함 여부가 당기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잘잘못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성과급을 단기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보험사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라는 점에서 업계가 느끼는 유불리의 정도는 클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각각 연봉의 47%, 6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직전 연도에도 40% 안팎의 성과급을 줬다.
이들 보험사는 성과급이 가진 변동성을 이야기한다. 경영실적에 따라 해마다 달라지는 성과급을 고정 요인으로 고려해 부채로 적립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존에 사업비 가정 내 성과급을 반영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변동성의 경우 산술적 평균치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추이를 고려하면 오히려 미래의 현금흐름에 반영하는 것이 IFRS17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사업비 가정에 성과급을 반영하지 않는 이유로 CSM을 든다. 최근 몇 년간 두드러졌던 성과급 규모를 고려할 때 3년 치 평균이라는 통상적인 업계의 적립 기준은 이들 보험사에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의 CSM은 12조6천549억 원으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많았다. 새 회계제도 도입과 함께 삼성생명마저 넘어선 CSM은 그간 과거의 명성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삼성화재의 이익 체력을 다시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메리츠화재의 CSM은 10조684억 원으로 DB손해보험(12조6천350억 원)과 2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최고경영자가 다른 보험사의 조잡한 이익 부풀리기를 직접 지적할 정도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강조해 온 곳이다.
이처럼 CSM을 둘러싼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성과급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미 올해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익을 벌어들일 정도로 역대급 실적을 자랑한 보험사들이 내년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사안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 기타사업비로만 추정한다고 해도, 삼성과 메리츠의 성과급을 캐시플로우에 반영하면 최소 수천억 원의 CSM이 줄어들 것"이라며 "앞서 논란이 됐던 상품 이슈들도 단일 기준으로 이 정도의 CSM 갭을 발생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CSM 상각과 증감 추세마저 경쟁 요인이 된 상황에서는 꽤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성과급을 사업비 가정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보험사 3곳에 수정을 요청한 상태다.
당초 금융당국은 2차 가이드라인 논의 과정에서 성과급 회계처리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를 제외했다. 특정 보험사에 대한 유불리 논란보다는 회계적으로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주목해 일부 보험사의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과급 회계처리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기보다 선제로 처리 방식이 다른 보험사들에 수정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성과급을 포함한 사업비 관련 이슈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두고 사업비 이슈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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