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 시장은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에 주가는 30%씩 출렁이기도 합니다. 일확천금을 얻거나 큰 손실을 보는 투자자도 생겨납니다. 이를 방지 또는 해명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조회 공시 제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회 공시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방어책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총 3회에 걸쳐 조회공시가 오·남용된 사례를 분석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거래소는 풍문 및 보도의 사실 여부의 확인을 위해 조회 공시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 제12조에 명시되어 있는 항목이다.
우리나라는 '공정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조회공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장 법인은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경우 1영업일 이내에 대답해야 한다.
연합인포맥스는 12일 2020년 1월 3일부터 2023년 8월28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정보 시스템 '다트'에 게재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공시를 23만5천897건을 조사했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 조회공시는 총 837건, 코스닥시장은 669건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 공시된 837건의 조회공시 중 68.1%에 이르는 570개는 '미확정'으로 나타났다. 해당 소문에 대해 아직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는 말이다.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한 경우는 고작 30건, 3.5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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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가장 많이한 기업은 네이버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제출한 조회공시 답변은 총 20건이다.
네이버의 경우 ▲인공지능(AI) 자회사 설립 ▲소프트뱅크와의 AI 동맹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인수 등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다.
이 중 실제 딜로 성사된 건은 '문피아 인수' 뿐이다. 이마저도 2021년 4월 '미확정'으로 공시한 후 9월에서야 실제 인수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1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조회공시를 요구 받은 내용은 주로 자회사의 지분 매각과 관련됐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이 지분 매각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SK지오센트릭의 지분 매각은 결국 불발됐으나,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는 IMM프라이빗에쿼티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에 넘어갔다. 매각가는 부채 등을 고려해 1조1천억원으로 결정됐다.
아울러 SK온의 투자 유치와 유상증자 등과 관련된 공시도 줄을 이었다.
카카오는 총 15건의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카카오는 주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카카오커머스 합병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웹툰 계열사 합병 등과 관련한 공시를 진행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에 대한 조회공시가 주를 이뤘으며, 결국 올해 3월 막을 내렸다. 카카오는 총 1조4천억원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9.9%를 확보했다.
카카오커머스 조회공시도 처음에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후 지분 100%를 취득하며 합병을 마무리했다.
SKC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14건의 조회공시를 했다.
SKC의 경우 ▲산업소재부문 매각 ▲㈜SK와 합병 ▲미국 넥시온과 합작법인 불발 ▲한앤컴퍼니에 PET 필름 사업 매각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ISC 인수 ▲SK피유코어 매각 등이었다. 이 중 PET 사업 매각, ISC 인수는 이미 완료됐으며, 최근에는 SK피유코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6개의 조회공시 사안 중 최소한 2건은 사실로 판명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전기차 공장 설립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에 대규모 투자 ▲러시아 공장 매각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공동 개발 ▲독일 지멘스에 현대로템 지분 매각 등에 해명했다.
이 중 전기차 공장 설립과 포티투닷 투자는 이미 현실화했다. 포티투닷 투자금은 1조5천억원으로, 처음 보도에서 언급한 수준이었다. 러시아 공장 매각 역시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밖에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이나 현대로템 지분 매각은 낭설로 확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에서도 조회공시와 실제 투자 진행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가부를 정해서 밝히라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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