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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정준칙인가-②] 위기와 함께 유연해지는 재정 안전판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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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덴마크 등 경제위기 거치며 재정준칙 강제성 약화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하되 성장 방해하면 안 돼"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안전판으로 불리는 재정준칙은 경제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제위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재정이 바닥난 국가들이 위기가 끝나자 재정준칙을 서둘러 도입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미 재정준칙을 갖고 있었던 국가들은 금융위기나 경기 침체를 지나면서 준칙을 적용하는 강도가 오히려 약해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를 잘 반영해 강제성과 유연함이 적절히 조화된 재정준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경기 침체 등으로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거나 강화했다.

우선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로 재어 상황이 악화하며 200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복지 지출 증가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따른 재정 악화로 신용등급 하락 위기가 불거지면서 2011년 재정준칙을 만들었다.

복지국가인 스웨덴도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자산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를 계기로 확대된 재정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재정준칙 논의가 본격화한 시기는 코로나19 경제위기 직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대 후반에 불과해 동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지난해 국가채무가 1천67조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까지 치솟자 재정준칙이 미래 세대를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란 인식이 확산했다.

반대로 경제위기는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들의 준칙의 강제성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준칙들을 잠정 중단한 뒤 2009년 12월까지 한시적인 조정 기간을 두고 임시 준칙을 도입했다.

임시 준칙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했을 때 예산 균형과 부채 감축을 이룰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덴마크와 핀란드, 불가리아 등 다른 국가들도 구조적 재정수지 균형 달성 목표를 수정하는 등 영국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존 원칙에 유연함을 더한 준칙을 '2세대 재정준칙'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허라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세대 재정준칙은 단순성을 다소 희생하면서 유연성과 집행 가능성을 높이는 시도라고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경제위기 등 예외 상황에 수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항 채택 및 정교화와 독립 재정기관의 모니터링 강화 형태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재정준칙은 다시 한번 변화를 꾀한다.

2020년과 2021년 재정준칙을 운용한 국가 중 약 80%는 경기 부양과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재정준칙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거나 예외 조항을 발동했다.

일각에선 이런 점을 근거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재정준칙이 정부의 기민한 재정 대응을 제약할 수 있어 처음부터 준칙을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재정 전문가는 이 같은 재정준칙의 변화는 강제성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일 뿐 경제위기 시 준칙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준칙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경기 안정화나 경제의 장기적 성장, 포용성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최소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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