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올해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제도의 변경으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릴만한 유인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보험사 매출 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할 비중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생보사들이 방카로 거둔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1천164억원으로, 전년 동기(1천499억원) 대비 약 30%가량 감소했다.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월 단위 납입금액으로 환산한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다수다. 소비자는 전국에 퍼진 은행지점에서 간편하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도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사업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방카 비중이 줄어드는 건 보험업계에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의 영향이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주요 이익 지표로 부상했고, 보험사들이 CSM 쌓기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 상품은 장기계약으로 구성됐지만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군으로 인식된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규모가 크고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 쏟아야 할 노력도 커진다.
보험연구원은 "IFRS17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의 부채로 편입되며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가 이뤄지므로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적립금 부담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험사에선 보장성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 확보를 위해 보장성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며 "방카는 연금보험 등 단순한 구조를 팔기에 적합한 채널인데, 저축성보험이 CSM에 큰 도움이 되진 않기 때문에 판매를 늘릴만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동성 확보'가 목적인 일부 보험사는 방카를 통해 저축성 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가입 혜택을 제공하면서 저축성 보험을 일시납으로 계약해 '목돈'을 챙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판매를 늘리는 보험사는 유동성 확보에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유동성과 장기 수익성 중 보험사의 상황에 맞게 저축성 보험 판매량을 결정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가 지나면 회계제도와 지급여력비율 등의 변화가 안착하면서 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나온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해소와 관련된 논의도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일 은행연합회는 판매상품 및 판매비율 등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재 방카슈랑스에선 종신 및 자동차보험의 판매가 불가한 판매상품 제한, 1개 보험사 판매비율을 25% 이내로 하는 판매비율 제한 등이 적용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 관련 규제 해소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릴만한 유인도 크지 않고 설계사 조직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자동차보험 같은 경우 현재 CM(온라인채널) 비중이 확대되는 것에도 반대 여론이 큰데, 방카라는 판매 채널이 추가되는 걸 설계사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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