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불안 되풀이되나③] "작년만큼 아니지만…경계감 상당"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1년 전 채권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자금불안이 올해에도 되풀이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말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현재 시장에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채권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자금시장이 1년 전만큼 격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인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막바지 인식과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화 인식 등을 꼽았다. 혼란을 겪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여건이 좋다는 것이다.

◇ "작년 만큼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금리는 연간 1.25%에서 3.25%로 200bp 인상된 바 있다. 반면 올해는 연초(1월) 3.25%에서 3.50%로 한 차례 인상된 뒤 연속 동결되고 있다. 더 이상 추가 인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한 증권사의 채권 운용 본부장은 "지난해 자금불안이 9월 이후 본격화되기는 했지만 연중 뿌려뒀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화약이 가장 큰 지뢰였다"면서 "채권시장 예상보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손실이 막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손실이 커지면서 차라리 채권을 얼른 매도해 더 이상의 손실을 막으려는 의지가 강했는데 국채는 값싸게 팔면 팔리지만 크레디트는 매수 주체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작년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크레디트물도 금리가 많이 올랐을 때는 매수하려는 대기 수요가 잠재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채권시장 혼란을 정부가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자금불안 되풀이 가능성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소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운용 헤드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일반 재정 투입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환매에 따라 단기자금 및 채권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작년 채권시장 불안을 경험한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는 것을 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기금이 시장에서 이탈한다고 하지만, 결국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이어서 결국에는 조삼모사일 수 있다"면서 "마찰적으로 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크게 악재는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 "그래도 불안불안…심리 위축"

그럼에도 불안 심리는 고조되고 있다. 벌써 단기자금시장과 크레디트시장에서 불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고 공사채도 원활하게 소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단기자금시장에서도 환매조건부채권(RP)이 4.5% 위에서 거래되는 등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모습이 나타난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 관계자는 "최근 한전채가 민평금리 대비 15bp 정도 높게 발행됐다. 3천억원 정도로 발행량이 아주 많지 않았는데도 그랬다"면서 "현재 투심이 좋지 않다는 징조"라고 판단했다.

또 "최근 외국인이 은행채를 많이 매입하고 있는데 국내 기관에서는 은행채 수요도 많지 않다"면서 은행채 금리도 지속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지난해 높게 조달했던 은행·저축은행 예금 만기가 돌아온다"면서 "저축은행부터 5~6% 금리의 예금상품을 내놓을 텐데 은행도 4% 중반대 금리 상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으로 조달하기보다는 은행채를 발행하려고 할 것이고 은행채 금리도 점진적으로 예금금리 수준까지는 올라갈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공자기금 환매 영향 등이 은행의 자금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마찰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금시장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보전을 하려고 머니머켓펀드(MMF), 은행 정기예금 등에서 이탈하면 은행도 단기채 매도나 채권발행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실제 12일 단기자금시장에서 은행 쪽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유동성이 매우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jhkim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