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지난해 9월 시장금리 급등의 악몽이 서울 채권시장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대규모 은행채 발행에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환매 우려까지 겹쳐 시장의 심리가 위축돼서다. 자금시장까지 이상징후를 보이면서 시장 우려는 더욱 커졌다.
13일 채권시장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은행이 만기를 맞는 은행채와 예금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양도성예금증서(CD)의 규모는 39조3천억원에 달한다.
작년 12월(45조1천억 원)에 이어 역대급 수준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예금과 CD 등 수신 규모도 전체적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은행채 발행 급증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자산운용, 연합인포맥스 등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은행 수신 전체 규모는 18조1천억원이 줄었다. 반면 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는 58조5천억 원가량 늘었다. 대략 추산하면 은행의 자금 부족 규모가 76조6천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채 발행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190)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전일까지 은행채를 30조5천100억원 발행했다.
다만 순발행 규모는 6조1천여억원에 그쳤다. 만기 도래 물량만 24조4천억 원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상당 수준 은행채 발행이 예상되는 셈이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관련 불확실성도 시장 우려를 더 했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자 외평기금 활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비통화금융기관에 예치된 20조원 상당과 7조~8조원에 달하는 은행예치금이 빠져나가면서 단기 크레디트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박종현 한화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리서치팀장은 "작년 7월, 9월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당시 공급 영향에 따른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 규모는 15bp 내외 수준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작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 스프레드는 더욱 크게 벌어졌지만(차트상 노란색 음영) 이것은 신용경색과 PF위험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박 팀장은 올해는 상황이 이정도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채권시장의 수급 악화에다 자금시장 경색 우려도 커졌다. 통상 별개의 시장으로 분류되지만 은행과 운용사 등이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전일 자금시장에선 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지난 10일 대규모 도래한 국고채 만기 등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지만, 채권시장 분위기가 심상찮은 상황이라 경계감이 크다.
자산운용사의 한 머니마켓펀드(MMF) 팀장은 "은행채 만기 규모가 상당한 데다 발행물량도 많다"며 "여기에 외평채 불확실성까지 남아서 다들 매수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자금시장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이 계속 타이트해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한은도 적절한 시기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자산운용, 연합인포맥스 등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