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단기자금시장에서 CD와 CP, RP 금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ABCP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의 경색이 올해는 더 일찍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자금시장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세꼭지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윤은별 기자 = 움직임이 둔한 단기자금시장 고시 금리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면서 1년 만에 자금 불안에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달 말 계절적 요인에 더불어 최근 국고채 만기 대거 도래, 은행채 발행 부담, 외평기금 이슈 등이 겹치면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될 우려도 제기됐다.
◇ CD·CP 고시금리 연달아 상승
13일 서울 채권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업어음(CP) 91일물 고시 금리는 4.000%로 전일 3.990%에 비해 1bp 올랐다.
이는 약 두 달 만의 상승이다. CP 금리는 지난 7월 6일부터 3.990%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고시 금리도 이달 중 상승세다. CD 고시 금리는 이달 4~7일 4일 연속 1bp씩 올랐고, 12일 1bp 더 올라 3.730%를 기록했다.
4일 연속 CD 고시 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 5월 말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지표물이 아닌 CD 역시 연이어 민평 대비 높은 금리로 발행되며 시장에 압박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한 시중은행의 9개월물 CD가 전일 민평 대비 10bp 높게 발행된 것을 시작으로 11일에도 1년물, 6개월물 CD가 민평 대비 각각 5bp, 10bp 높게 발행됐다.
RP 금리도 이달 중 전일 대비 10bp 이상 오른 3.6%대에 종가를 기록하는 등 금리 상승 압력이 강하다. 예탁결제원이 고시하는 콜 1일물 평균 금리는 7일 3.53%에서 12일 3.63%로 올라섰다.
다만 CD와 CP 고시 금리의 경우 지난해 자금시장 경색 때만큼의 상승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CD 금리가 한 달간 68bp 올랐고, CP 금리는 이 기간 무려 132bp 올랐다.
◇ 은행채 부담에 외평기금 이슈로 심리적 위축…시기상 다음주 '최악'
통상 3분기 말은 추석과 겹쳐 계절적인 영향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이 약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이슈가 시장 심리 위축에 가세하고 있다.
정부는 유례없는 세수 부족을 메우고자 외평기금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고, 그 차액을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서의 자금 유출이 있을 것으로 보고,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MMF 잔고는 지난달 초까지 190조원 규모까지 늘어났으나, 최근 180조원 수준으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한 은행의 채권운용역은 "외평기금의 자금 회수로 MMF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분기 말인 데다가 추석 앞두고 단기자금 부담이 있기도 해서 총체적으로 단기 시장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정부 대응으로 인해서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은행채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단기자금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에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만기도래 규모 또한 20조원대로 지난달보다 증가하는 만큼, 은행채 발행 규모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비지표물 CD의 오버 발행 역시 은행채가 발행량 급증으로 오버 발행되는 분위기에 연동한 것으로 평가됐다.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은행채 만기도 많이 도래하고 있어 수급상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월 중순인 만큼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P 금리 상승의 경우 대규모 국고채 만기의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11일 국고채 만기가 대규모 도래하면서 지준 적립일 초반인 8일부터 시장에서 27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회수됐다. 이에 지준 적수가 크게 부족해진 은행권의 자금 공급이 약해지면서 콜과 RP 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회수된 국고채 원리금이 점차 시장에 재공급되면 단기자금시장의 빠듯한 수급 상황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분기 말과 추석이 겹치는 이달 말이 다가올수록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은행의 채권운용역은 "통상적으로 연휴 직전인 분기 말 주간에 가장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기관이 어떻게든 그 전에 막으려고 할 것이고 환매에 대한 대응도 할 것"이라며 "다음주가 단기 시장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jhson1@yna.co.kr
ebyun@yna.co.kr
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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