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한국, 정부 부채압력 빨라질 것"
알바로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파리=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를 감축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복지지출 증가 등의 이유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되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준칙은 국가 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재정준칙을 도입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92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하자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가 제출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를 두고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은 재정준칙이라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재정상황과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알바로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 법제화와 함께 중기재정계획도 법제화해 그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은 단년도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개 5년 정도를 소요 기간으로 잡고 재정 운용 정책과 이에 따른 재원의 동원 및 배분 방향 등을 설정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중기적인 시계에서 나라의 재정 운용 전략과 목표를 제시해왔다.
다만 현행 중기재정계획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제도상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매년 내용이 수정되는 '연동 방식'으로 수립돼 유용성을 상실한 데다 사후 확인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 지점을 지적하며 재정준칙 법제화와 함께 중기재정계획 법제화를 통해 국가부채를 안정적인 비율로 관리하며 여유 재원(Buffer)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을 단기적으로 매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준칙을 3~5년 등 중장기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OECD 한국 담당 황현정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정부가 2004년부터 중장기 재정계획을 제시하는데, 재정준칙과 함께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만약 엄격하게 재정준칙만을 준수하다 보면 나중에 정부가 투자 등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 돈이 부족해서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재정준칙과 중장기재정계획을 함께 고려하면 경기가 좋을 때는 버퍼(여유 재원)로 갖고 있다 돈을 좀 더 쓸 수 있고 경기가 안좋을 떄 혹은 재정 지원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갖고 있는 중기재정계획은 매년 크게 바뀌기 때문에 사실 리걸 마인드 하지 않다"면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듯 정부의 중장기재정계획도 법제화를 통해 재정준칙과 중장기재정계획을 함께 고려해 재정을 운용하자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기재정계획을 정부와 의회가 반드시 이행하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매년 4월 중기재정계획을 제출하면 의회가 이를 심의하는 데 여기서 의결된 계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부터 여러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특정 숫자를 정하고 재정준칙을 수립한 것이 아니라 3~5년이란 기간을 염두에 두고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도입했다"면서 "장기적인 기간보다는 3~5년으로 기간을 설정하고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그 기간에 재정준칙과 관리재정수지 등을 점검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도 "재정수지에서 경기에 따라 나타나는 명목 재정수지가 있고 경기변동을 제거한 구조적인 재정수지가 있는데 명목 재정수지는 유연하지 않다"면서 "구조적인 재정수지를 보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가 굉장히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 정부의 부채 압력이 굉장히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OECD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현재 (한국 정부가) 부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206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0%보다 더 많이 재정을 줄이고 수입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OECD 평균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서둘러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채무비율 60% 이하일 때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한다는 그 수치 자체는 어디에도 합의된 룰이 없어 맞냐 틀리냐 차원보다는 재정준칙 도입 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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