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국회 예정처, 재정준칙 확인하는 권한까지 확장해야"
(파리=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이제 재정준칙은 높은 국가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됐다.
그동안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국가채무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을 거듭 강조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유지에 대한 노력을 국내외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정준칙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본격화된 상황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의 대표 발의로 마련된 정부·여당 안이 지난해 마련됐고, 공청회를 거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지난 7월 조문별 검토까지 마친 상태다.
정부·여당은 국가채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 내 처리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확장재정 정책을 편 문재인 전 정부와 달리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나랏빚을 관리하는 정부'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재정준칙'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알바로 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독립적인 재정감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준칙 도입 전보다 도입 이후가 더 중요한 만큼, 재정준칙을 잘 정착시키기 위해선 독립적인 재정 감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재정감시 기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립된 재정감시 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투명하게 재정지표나 상황을 보고받고, 그 기구에서 제대로 준칙이 적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과 재정 상황 등에 대해 세세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가 사회적으로 이뤄지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유럽연합(EU) 단위에서도 재정준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회원국들이 상황에 맞춰 재정준칙을 적용하고 독립적인 재정 감시 기구와 같은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OECD 한국 담당 황현정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경우 앞으로 정부 부채가 앞으로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재정준칙이 EU에 비해 더 긴요하다"며 "그렇다면 도입 이후 재정준칙을 잘 정착시키기 위해선 재정준칙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독립적인 재정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황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회 예산정책처(NABO)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예정처는 정부 예산을 검토하는 등의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가 재정준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예정처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OECD가 권고해왔다"고 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는 EU에 독립적인 재정감시 기구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EU의 독립적인 재정 감시 기구는 각 나라가 (재정준칙을) 준수하는지 안 하는지검토하는데 이를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한국의 재정준칙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앵커(Anchor)로서 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아일랜드'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제언했다.
알바로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이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아일랜드의 경제 상황은 다국적 협력에 상호작용하는 경제 특징을 갖고 있어 미래의 국내총생산(GDP) 변화가 큰 나라 중 하나"라며 "재정준칙을 통해 재정을 관리하는 아일랜드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중 국가채무비율이 가장 낮은 우수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2010년 IMF, 유럽중앙은행(ECB), EU로부터 850억유로(약 109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아일랜드는 유럽재정 위기 직후인 2013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20%까지 상승했다.
이후 아일랜드는 강력한 긴축 재정과 구조조정을 감행해 불과 3년 만인 2013년 12월 구제금융에서 벗어났고 국가채무비율을 50%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현재 재정준칙 도입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법제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권에 따라 법제화 여부 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론화를 통해 재정준칙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당은 각자의 다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 굉장히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간의 컨센서스(합의)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도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바뀌기 쉬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황 이코노미스트도 재정준칙 법제화를 논의 중인 현재 국회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면 정치영역에서 재정준칙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정치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예컨대 재정준칙이 수립되지 않아 급격히 증가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 등을 정부가 갑자기 줄일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있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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