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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정준칙인가-⑥] "韓 준칙에 '360 룰' 적용은 터무니없어"

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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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칙 기준수치 변하지 않은 것에 비판적 시각 많아"

유럽의회 관계자 인터뷰

유럽연합 깃발

[연합뉴스TV 제공]

(브뤼셀=연합인포맥스) 최욱 홍예나 기자 = "(한국이 재정준칙에 유럽의 '360 룰'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솔직히 말해 약간 터무니없게 들린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재정준칙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 일명 '360 룰'로 불린다.

다만, 유럽의회 관계자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당히 다른 경제 시스템을 가진 국가에서 해당 수치를 반드시 차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EU 내부에서) 많은 이들이 EU의 재정준칙 기준 수치는 대체로 조심스럽지 않게 정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준 수치가 수십년간 변동하지 않았다는 것에 비판적인 여러 경제학자와 정책 관계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반의 빈도나 여부를 떠나 수치상의 목푯값, 기준점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정준칙 기준 선정 시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적자나 부채만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 재정준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EU 경제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종합법률인 식스팩(Six-Pack)에서는 거시경제 불균형 지표 등을 고려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적절히 시행된 적은 없다고 언급했다.

재정준칙 관련 EU 회원국 간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경기가 어려울 때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이 재정준칙 도입에 합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입는 국가에 명백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경우 완전한 재정동맹이 이뤄지지 않아 재정준칙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불리한 국가와 갈등이 컸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단일국가이기 때문에 설득 과정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U에는 대규모 재정이전동맹(Fiscal Transfer Union)이 없기 때문에 재정준칙을 반대하는 회원국을 설득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크게 도움을 주거나 준칙 위반 시 처벌하는 등 자주권에 깊이 개입하는 조처를 하기 어렵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1999년 유명한 안정·성장 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SGP)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엄격한 재정준칙으로 잃는 게 있는 국가들에 유로화 도입이라는 큰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금융 위기와 유로존 위기를 겪은 후 이해관계가 명확히 나뉜 회원국들이 2년가량의 논의 끝에 식스팩에 합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준칙 도입 시 적자 축소의 압박에 시달리는 국가가 일종의 재정준칙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구제금융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EU의 재정준칙 개편 관련 협상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로는 팬데믹으로 가동된 재정준칙 면책조항이 내년 1월 자동으로 해제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만일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의 준칙이 다시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이를 원하지 않는 국가는 개정 협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기존의 식스팩을 다시 활성화하면 일부 국가들이 부채를 삭감해야 하는 비율이 너무 엄격하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개편안은) 준칙을 단순히 재활성화하는 대신 연간 부채 삭감 비율 제한 등의 방안으로 업데이트하자는 게 (주요) 발상이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는 목표를 더 쉽게 만드는 대신 (재정준칙이) 그저 문서상의 약속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이를 달성시킬) 도구를 가져야 하며 목표 적자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회원국이)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현재 EU의 재정준칙이 엄격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시행은 그렇게 간단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EU의 다음 챕터 계획은 이제 재정준칙 중 잘 작동됐던 부분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검토하고 실제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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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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