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등 일부 기관, 수요예측 참여조차 못 해…석탄발전사 미매각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 채권시장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조가 대세를 이루면서 반(反)환경 낙인이 찍힌 기업들의 조달은 점점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최근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KT&G가 'AAA' 초우량 등급에도 일부 기관의 투자 제한을 확인한 것은 물론 삼척블루파워는 대규모 미매각을 겪었다.
기업들의 ESG 경영 선언과 함께 관련 투자 기준을 지켜야 하는 기관이 늘고 있어 기존 사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이들의 조달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KT&G는 3천억 원어치 회사채를 찍는다. 만기는 2년과 3년물로 각각 1천억 원, 2천억 원 규모다.
이번 발행을 위해 KT&G는 지난 5일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1조8천100억 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흥행세가 남달랐다. KT&G의 회사채 발행이 처음이었던 데다 'AAA' 초우량 크레디트물로서의 입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풍부한 투자 수요에 힘입어 금리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KT&G는 희망 금리밴드를 당초 2년물과 3년물을 동일 만기의 'AAA' 등급 금리에 최대 30bp 더한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언더 조달에 성공했다. 2년물과 3년물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각각 -10bp, -4bp였다.
다만 수요예측 이면을 살펴보면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의 주문 공세가 흥행을 뒷받침했다. 3년물에 보험사가 주문을 넣기도 했지만,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참여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담배 사업 탓에 ESG에 반하는 기업으로 여겨지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적책임투자(SRI)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석탄 화력과 담배,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 투자 제한이 채권 시장에서도 작용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을 선포하는 기관들이 늘면서 연기금·공제회, 일부 운용사 등이 이와 대비되는 사업을 하는 발행사 채권을 담을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KT&G 또한 투자자층이 보다 폭넓게 확장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ESG채권을 찍는다면 이러한 문제에서 조금은 비껴갈 수 있지만 이번 조달이 일반 채권으로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더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석탄발전기업인 삼척블루파워는 'A+' 등급에도 아예 투자자 모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7일 2천50억 원 모집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40억 원의 주문을 모으는 데 그쳤다. 만기는 3년 단일물이다.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삼척블루파워는 스프레드를 희망 금리밴드 최상단으로 확정하게 됐다. 동일 만기의 민평 금리에 15bp를 더한 수준이다.
삼척블루파워의 미매각은 예견된 결과였다. ESG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석탄 발전 기업에 대한 기관들의 외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SG 금융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삼척블루파워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혹은 수백억 원 규모의 소규모 자금만을 모으고 있다.
앞서 통영에코파워는 연이은 미매각을 확인한 후 증권사 지급보증으로 겨우 발행을 마쳤다. 통영에코파워는 지난 3월 하나증권 보증으로 78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찍었다.
지난해 두 차례의 회사채 수요에서 모두 미매각을 겪은 후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통영에코파워 역시 석탄 발전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ESG 기업으로 낙인찍힌 발행사들의 조달은 더욱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ESG 기준 등으로 이들이 찍는 회사채 주관 업무를 맡을 수 없는 증권사도 속속 나타나는 추세다.
투자자는 물론 환경 단체의 압박도 거세다. 앞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둘러싸고 환경단체가 주관 증권사 빌딩 앞에서 농성 시위를 펼치는 등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그룹이 ESG 경영을 선포할 경우 계열사 역시 관련 규정 등으로 반환경 기업 투자가 제한된다"며 "더 이상 채권 시장도 ESG 투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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