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서영태 기자 = 부동산경기 침체로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손실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비해 리파이낸싱이나 대출 만기 연장 등이 원활하지 못해 사실상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말 단기자금 경색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을 구상했던 것처럼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기 책임 투자 원칙과 상반된 움직임을 쉽사리 보이긴 어려울 전망이다.
◇"리파이낸싱 펀드 지원해달라"…업계 요구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는 올해부터 차례대로 돌아올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만기일을 앞두고 '리파이낸싱 펀드'를 결성하는 방안을 최선의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
투자부동산 평가액이 급락한 상황에서 선순위로 들어간 현지은행은 문제가 없다. 투자부동산을 헐값으로 매도해 내 투자금만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통상 투자 부동산 매입가의 60~65%를 현지대출로 조달한다.
문제는 지분투자로 들어간 펀드 투자자들이다.
기관투자자가 대다수인 사모펀드는 상대적으로 괜찮다. 부동산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현지 대출 만기 연장이 필요한데, 그 전제조건인 추자 자본 확충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증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가운데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했어야 할 건의 90%가 만기 연장됐다.
개인투자자가 대다수인 공모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추가 자본 출자를 위해선 펀드 투자자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다수의 개인투자자로 모집된 공모펀드는 사실상 어렵다. 펀드 만기 연장은 자본시장법상 수익자총회 결의를 거쳐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 4분의 1 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
자산운용업계는 대출금액 전액 상환을 지원할 '리파이낸싱 펀드'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리파이낸싱 펀드는 통상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용 등 사업비 목적으로 대출된 PF의 리파이낸싱 물량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시장에서 리파이낸싱 물량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자산운용업계 생각이다.
앞서 정부에서는 부동산PF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낸 바 있다. 레고랜드 발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이 막히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유동성 지원을 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조원 규모로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건설사 크레디트 이슈가 터졌을 때 증권사를 동원해 지원 펀드를 만들었다"며 "시장 파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입김을 넣어서 조성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리파이낸싱 펀드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책임 투자 원칙 깨질라…금융당국, 검토도 아직
현재로서 금융당국이 리파이낸싱 펀드를 통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지원할 가능성은 적은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련 부서에서는 아직 생각하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자기책임 투자가 원칙이며 운용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운용사가 책임질 영역"이라며 "해외 부동산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린다거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펀드 손실 보전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거래와 관련해서 신탁재산 관련 법령(제103조 제3항)에 따라 손실 보전 또는 이익 보장을 하는 경우, 그 밖에 건전한 거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다.
법령에서 금지한 행위에는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파이낸싱 펀드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출자할 주체를 찾기 힘들어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리파이낸싱 펀드를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 헤지 계약에 따른 국내은행 여파에 대해서도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국내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외화 순현금유출액보다 120~140% 많은 37조에 달하는 외환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3~4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 헤지 계약에 대한 달러 정산금을 받지 못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규모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이 올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외화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연간 외화 유동성 계획이 꼬일 가능성은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받아야 할 달러를 받지 못하게 됐으니 달러 부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은 5년 뒤에 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반대 포지션을 잡아놨을 텐데, 정산금을 못 받으면 이 거래 상대방과도 문제가 연쇄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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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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