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분·기금 통합으로 '예산 방파제' 설정해야
독립성 있는 세수 추계기관 필요성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60조원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세수 오차의 원인을 두고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된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년간 이례적인 세수 호황에 맞춰 예산도 큰 폭으로 늘렸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세수 그래프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례적으로 세수 추계를 실시하는 독립적인 세수 추계 기관의 출범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최근과 같이 경기가 급변동한 시기에 세수 추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차질 없는 예산 집행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다.
◇세수 추계에 정무적 판단 있었나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확한 세수 추계를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정무적 판단'이 꼽힌다.
기본적으로 한 해 예산을 꾸리기 위한 재원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세수다.
원칙대로라면 세수 전망에 근거해서 예산을 짜야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예산에 맞춰 세수를 전망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확장적 예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변수가 되는 거시지표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후 세수를 추계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시절에 급격하게 불었다.
지난 2020년 285조5천억이던 국세 수입은 2021년 314조3천억원으로 300조원대를 넘기고, 이듬해인 2022년 395조9천억원으로 4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 기간 예산도 덩달아 늘어난다.
본예산 기준으로 2020년 512조3천억원이던 예산은 2021년 558조원, 2022년 607조7천억원, 2023년 638조7천억원으로 급증세를 탄다.
추가경정예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총지출은 이보다 크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호황으로 세수가 급격히 불어난 이례적인 상황에 맞춰 정부의 씀씀이가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한 번 늘어난 예산은 다시 줄이기 힘들다는 점이다.
세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해버린다면 의무 지출 등이 늘어나는 시기에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마이너스(-) 예산 편성은 어려운 만큼, 예산안을 짤 때 세수 전망도 긍정적 지표를 활용해 과다하게 계산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가 어렵다고 내년도 예산을 마이너스(-)로 가져갈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200조원대의 세수에서 2년 만에 400조원으로 간 것인데, 이걸 정상적인 결과물로 보면 안 된다"면서 "그간 그래프의 정상궤도에 맞춰서 전망하는 게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이는 기획재정부 조직 자체에 대한 지적이 될 수도 있다,
세제실과 예산실이라는 핵심 부서가 기재부라는 한 몸으로 묶여 있는 만큼 세수 전망에 대한 독립성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세수 재추계 정례화해야…독립기구 필요성도
주요 전문가는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세수 재추계가 정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주요 선진국에서 세수 재추계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미국은 세수 재추계를 2번 시행하고 있다.
정부 회계연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은 의회가 회계연도가 개시되고 5개월 후, 10개월 후 세수 전망을 수정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회계연도 개시 후 5개월 후, 영국은 8개월 후에 세수를 다시 짚어본다.
캐나다도 8개월 후에 세수 전망을 다시 하고 이에 따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로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정무적 판단을 제외하기 위한 독립적인 추계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은 세수 추계의 최종 책임은 재무부에 있지만, 독립성을 유지하는 예산책임청(OBR)에서 세수 추계 작업을 한다.
OBR은 '경제변수 전망→국세청에 전망자료 제공→국세청 추계→예산책임위원회 검토→세수 예측 가정·판단 재조정→경제전망 조정'의 6단계 절차로 세수 추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만약, 마지막 단계에서 전망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면, 다시 6단계에 걸친 작업을 반복한다.
독일도 재무부로부터 독립적인 자문위원회 성격의 '세수 추계 작업반'이 담당한다.
작업반에는 재무부와 16개 지방정부 재무부, 기초지방자치단체연합회가 참여한다.
여기에 독일연방은행,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 등 5개 경제연구기관이 관여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도 명목상으로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수 추계 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민간의 정보를 활용한 '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추계위원회라는 제도가 있지만, 현실은 조세분석과가 주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서 분석을 나 홀로 하는 구조"라며 "1년 단위의 담당자 교체도 전문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세입예측 어려움 큰 시기…'예산 방파제'도 고민해야
한편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제도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 2년과 같이 수십조원의 세수가 들어올 때는 이를 다시 예산으로 편성해 다시 뿌리기보다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 개념으로 비축해놓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세수가 더 들어올 때는 일정 부분 비축하고, 덜 들어올 때는 이를 활용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금의 통합적 활용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최근과 같이 거시경제의 예측성이 떨어지는 시기에 기금을 예산 '방파제'로 활용하자는 개념이다.
이번 세수 부족도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해 채울 예정이지만, 기금별 상황을 점검해 타 회계·기금 간 전출 또는 공공 관리자금 기금으로 보내 예산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세수 전망 오차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세수 변동성이 큰 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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