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IR에 블랙록·JP모건 등 80여개 글로벌 금융사 대거 참석
이복현, 직접 명함 건네며 유창한 영어로 투자자들과 소통
투자자들 "금감원·금융사 합동 IR 지속해 달라" 요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K-금융' IR에서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런던=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1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대표 공원인 하이드파크 근처에 위치한 로얄 랭커스터 호텔.
이른 아침부터 금융감독원과 한국의 대표적 금융사들이 공동 개최하는 런던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350여명의 해외 기관투자자가 몰려들면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이어 금감원과 금융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두 번째 IR로, 뉴욕과 함께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런던의 한복판에서 열린 데다, 한국의 금융감독당국 수장과 함께 대표적인 금융사들이 동행한 터라 현지 금융사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특히 금융 중심지 전략을 펼치는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자리하면서 행사의 범위가 국가 IR로 판이 커진 것도 관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이날 행사에는 블랙록과 블랙스톤, BNP파리바,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로스차일드, 슈로더, SG, UBS 등 80여개 주요 글로벌 금융사와 투자기관들이 대거 참석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감독 수장이 직접 떴다"…이복현에 투자자들 이목 집중
행사에 참석한 한 영국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금융 IR이 영국에서 열리는 기념비적인 날이다"라면서 "한국 투자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윤여철 주영국 대사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및 투자유치 등 금융산업 국제화를 위한 금감원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과 영업 확대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 해결에 더욱 힘쓰겠다"고 축하했다.
앤마리 트레벨리안 영국 외무부 부장관과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한국이 영국의 주요 수출·투자처인 동시에 금융 부문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청정에너지와 인프라 등에서 양국의 투자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건넸다.
또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이 그간의 견고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지속 가능한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도 언급했다.
헨릭 고벨 모건스탠리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한국 금융회사가 그동안 달성한 성과와 국제화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금융시장의 협력과 발전을 기원하는 인사말을 전했다.
이 원장은 IR 행사 내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 내비쳤다.
특히 이 원장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투자 환경 개선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힘줘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채 투자 비과세 조치에 이어 국제예탁결제기구와 국채 통합계좌 구축을 추진 중이며, 배당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외환 제도 및 시장 인프라도 비거주자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금융회사의 국내 영업환경 개선도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 인력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단일세율 특례의 적용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나 금융회사의 시각에서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은 없는지 살피고, 신뢰할 만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해외 IR 현장에 찾아와 규제와 관련된 정부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을 높게 평가했다.
국내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직접 IR을 뛰는 나라들이 꽤 있는데 한국이 이제야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는 데 의아할 정도"라며 "금융감독당국 최고책임자가 일관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1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K-금융 투자설명회에서 해외 투자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탈중국 흐름 타고 유럽서 가시적 성과 기대" 자신
20분 남짓한 휴식 시간에도 이 원장과 금융회사 대표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 원장은 세계 유수의 투자자들에게 직접 명함을 건네며 한국 금융 정책의 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세계 2위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의 노지스뱅크 관계자를 이 원장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노지스뱅크는 신한금융 지분을 10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 중 하나다.
이 투자자는 이 원장에게 "직접 해외투자자들을 만나러 와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인사했고, 이 원장은 "일관된 규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신뢰받는 투자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동행 기자들과 만나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투자자들이 벨기에, 독일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현재의 금융중심지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한국이 대체투자 등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면서 "이해관계가 있지 않으면 이렇게 투자자들이 자리를 메우기도 힘든데 서로 주고받을 게 많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면서 "탈중국과 관련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조금만 노력하면 유럽 시장에서 가시화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원장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계속 유지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면서 "당국뿐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과 증권·보험사 대표들이 솔직한 관점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핵심적 내용을 단기간 안에 설명할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입 논란 등 관치와 관련된 오해도 대부분 풀렸다고 봤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적어도 누굴 시킬 생각이 없다는 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지 않았느냐"면서 "적어도 이와 관련된 관심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잦아들었다"면서 "이번 IR 성과를 토대로 향후에도 지자체·금융권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 해외 IR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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