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Y8O2t3mCBA]
※ 이 내용은 9월 14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한국 시장의 시한폭탄이라고도 불리는 상품이 있습니다. 시장 환경이 좋을 때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원금 손실이 따라오는 주가연계증권, ELS 상품인데요. 최근 ELS 상품을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도에 돈을 빼버리는, 중도상환이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권용욱 기자]
네, 먼저 ELS가 어떤 상품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특정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그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정해진 금액을 특정 시점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유가증권인데요. 주로 국내 증권사나 은행들을 통해 판매됩니다.
ELS는 상품구조에 따라 다양한 수익구조를 가지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스텝다운 낙인' 상품을 예로 설명해 드릴게요. 특정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만기가 3년인데요.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기초자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평가를 합니다. 최초 가입할 때 기초자산 지수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놓은 수준을 웃돈다면 만기를 채우지 않아도 사전에 약속된 수익을 보장받고 상품을 청산할 수 있는데요. 이것을 조기상환이라고 하고, 6개월마다 정해놓은 기준을 조기상환 기준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조기청산 기준이 90이었다가 이어서 80과 70 등의 수준으로 점차 내려오는데요. 그래서 스텝다운 방식이라고 하는 거고요. 가입 초기에는 그 기준이 높다가 조금씩 내려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조기상환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조기상환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제 반대로 낙인 레벨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데요. 낙인이라는 것은 '덫에 걸려든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뜻인데,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경계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기상환 기준을 아까 예로 들어 90, 80, 70 등으로 말씀드렸는데, 일반적으로 그보다 더 밑인 60이나 50쯤에 낙인 레벨이 있습니다.
낙인 레벨이 50%라고 하면, 상품의 기초지수가 최초 가격 100에서 만약 50 밑으로 한 번이라도 떨어진다면 기초지수가 다시 반등해 조기상환 영역까지 올라온다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만기 때까지 조기상환 영역으로 올라오지 못한다면 조기상환이 어려워지고 결국 원금 손실도 보게 됩니다. 기초지수가 50인 채로 만기가 끝나면 50%의 원금 손실을 보는 거죠.
조금 전에 수익을 내서 중간에 돈을 빼가는 것을 조기상환이라고 했는데, 원금 손실이 우려돼서 어느 정도 손해를 무릅쓰더라도 중간에 돈을 빼가는 것을 중도 상환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상품에 대해서 손절하겠다는 거죠.
만기 때는 지금보다 지수가 더 빠질 것 같으니 지금에서라도 손해를 조금 덜 보고 빠져나오자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중도상환 규모가 지난달에 크게 늘었다고요.
[기자]
네, 지난 8월 ELS 상품에서 고객들이 손절한 규모, 즉 중도 상환한 규모가 지난 7월보다 두 배 이상 늘었는데요. 일반적으로 중도 상환을 하면 ELS 평가 금액에서 5%를 차감당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불리한데요.
그런데도 중도상환을 결정했다는 것은 만기까지 기다리면 기초자산이 더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는 거죠.
[앵커]
지금 문제가 되는 게 홍콩 관련 상품이라고요.
[기자]
네, 국내 ELS 상품 가운데 약 70%가 홍콩H지수라는 주가지수와 연계가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특정 지수에 쏠려 있으면 그 시장은 그만큼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홍콩 증시가 크게 부진한 것 같지 않은데, 이게 왜 문제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 데요. 당장 최근 몇 달 사이의 움직임이 문제가 아니라 ELS 상품이 처음 발행된 당시의 주가 수준과 비교를 해봐야 합니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많이 발행된 시기가 지난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에 몰려 있는데요. 당시 홍콩 증시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증권사들 입장에서 홍콩 H지수와 연계한 ELS 상품을 대대적으로 팔았습니다.
"요즘 시장이 이렇게 좋은데, 3년 안에 H지수가 반토막만 안 나면 고금리 수익을 보장한다"라고 홍보했었는데요. 반토막이라는 건 낙인 레벨이 50으로 정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앵커]
홍콩 H지수, 2021년 초순과 비교해보면?
[기자]
홍콩 H지수, 2021년 2월에 1만2천선도 돌파했었는데, 1~2월에 평균 1만1천선 정도에서 가입했다고 보면 지난 2022년 11월에 5천 밑으로 떨어졌으니 50%인 낙인 레벨을 터치한 겁니다. 낙인 레벨은 상품마다 다양하지만 대략 45~65% 정도인데요. 2021년 초순에 발행된 상품 거의 전부가 낙인에 빠진 적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5천선 밑으로 떨어지면 낙인 레벨에 진입하는 ELS 물량이 5조7천억원에 이르는데요.
아까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에 상품이 많이 팔렸다고 했잖아요. ELS가 보통 3년 만기니깐, 이들 상품의 만기가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 대거 돌아오는데요.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는 2조3천억원, 내년 1~2월에만 3조원에 물량이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홍콩 H지수가 크게 반등하지 못한다면, 원금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물량이 어마어마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1년 2월에 지수가 1만2천으로 피크를 찍을 때 발행된 것들이어서 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입 시점 H지수를 1만1천이라고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현재 지수 수준인 6천200선대가 이어지면 원금 40% 가까이 손실을 보게 되는 겁니다.
내년 1~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3조원이라고 했으니깐, 거기에 40%라고 하면 1조2천억 정도의 손실이 나는 건데요. 업계에서는 최대 2조원의 손실이 확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 초순까지 H지수가 낙인 레벨 70% 상품인 경우 8천선 정도까지 올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 못하다면 원금 손실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ELS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도상환하는, 즉 손절하는 움직임이 최근 많이 늘어난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기자]
네, 홍콩H지수가 내년 초순까지 크게 반등할 수 있을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죠. H지수가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40곳의 주식을 모아놓은 것인데요.
최근 중국 경기는 모두 아시다시피 좋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확실치 않고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의 민영 부동산 기업들이 주로 홍콩 시장, 즉 H지수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홍콩 시장은 외국인 자금이 쉽게 들어오기도 하지만 쉽게 빠져나가는 곳입니다. 중국 경기가 급격하게 반등하지 않는 이상 H지수도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런 여건 속에서 ELS 원금 손실은 내년 1월부터 상반기 내내 국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콩과 다르게 일본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요즘 뜨고 있다는데, 투자를 할 만한가요.
[기자]
일본 증시, 닛케이 225지수가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지난 6월에 전해졌었는데요. 일본 증시도 아직은 높은 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데다 내수 경기가 회복되면서 일본에서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렇게 일본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니 관련 ELS 상품도 대거 발행됐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닛케이 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물량이 작년보다 두 배나 급증했는데요.
사실, 지금의 일본 ELS 발행 열풍은 지난 2020년 연말, 또는 2021년 초순 홍콩 ELS 분위기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닛케이 지수가 30여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는 것은 이제 추가 상승 여지는 제한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 경제는 성장세가 지속성이 있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좀 필요하고요.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으로 돌아설 것인지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해소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분위기에 휩쓸려 일본 ELS에 올라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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