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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은 왜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개발했을까

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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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효율성·생산성 높여…탄소중립에도 긍정적

작물 수확량 80% 안팎, 기술 개발로 농수율 제고

(경산=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점심 도중 파절임이 한 접시 나왔다. 식욕을 돋우는 알싸한 향에 듬성듬성 묻어있는 고춧가루까지…. 겉보기에 여느 음식점에서 내어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맛'도 비슷했다. 숨이 죽지 않은 아삭한 식감에 맵고 쌉싸름한 맛이 더해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육류의 느끼함을 잡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파절임 특유의 역할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모듈 아래서 자란 파로 만든 파절임.

[촬영: 유수진 기자]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지난 13일 경북 영남대학교에서 개최한 '영농형태양광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제공한 파절임을 맛본 후기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한화큐셀은 이날 자사의 태양광 모듈 아래서 재배한 파로 이 음식을 만들었다.

직접 먹어보니 일반에 퍼져있는 태양광발전 아래서 자란 농산물은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정재학 영남대 교수가 태양광 패널과 LED 광원 유무를 달리해 키운 보리로 실시한 블라인드테스트에서 '차이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도 '태양광+LED > 태양광 > 노지 경작' 순으로 집계됐다.

◇한화큐셀, 영농형 전용 태양광 모듈 '국내 최초' 개발

이날 찾은 영남대 실증단지엔 590평의 면적(대조구 제외)에 전체 100키로와트(k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설치엔 총 1억4천억원이 들었다.

크게 네 구역(zone)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존마다 설치된 모듈이 달랐다. ▲단면형 일반(50kW) ▲영농형 전용(10kW) ▲양면형 수직형(20kW) ▲양면형 일반(20kW) 등이다. 이중 '영농형 전용'과 '양면형 일반'이 한화큐셀 제품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 발전과 농업 활동을 병행하는 걸 의미한다. 통상 일조량 100% 중 70%는 작물 생산에, 나머지 30%는 태양광 발전에 쓰는 형태다. 농업을 중단하고 태양광 발전설비만 운영하는 '농촌형 태양광'과 다르다.

작물별로 생육에 필요한 포화 광합성량이 존재해 광포함점을 초과하는 태양광은 생장에 되레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식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남은 일사량을 태양광 발전으로 돌려 부가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화큐셀의 '영농형 전용(왼쪽)' 모듈과 '양면형 일반' 모듈.

[촬영: 유수진 기자]

이에 한화큐셀은 영농형 전용 태양광 모듈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주택용 등으로 쓰던 기존 모듈을 영농에 적합한 형태로 보완·개선해 생산성 제고를 꾀하기 위한 목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일반형 대비 사이즈를 줄였다는 점이다. 2021년 12월 출시한 신제품은 가로 1720㎜ X 세로 708㎜로 기존 제품(2216㎜X1045㎜)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면적도 52%가량 작다.

이에 따라 직간접 음영(그림자)이 감소해 하부 작물의 광합성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천 시에는 빗물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작물에 피해를 주던 단점 역시 해소됐다. 집중되는 우수량이 62% 수준으로 줄어 빗물 받침대를 두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강점도 있다. 기존 제품과 달리 친환경 Pb-free 6와이어를 적용해 납 함유량이 0%다. 염수분무/암모니아 테스트, 유해물질 성분분석 등 다양한 고내구성/친환경 인증을 받아 안전하게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차별화했다.

홍성민 한화큐셀 한국사업부 시스템&DES사업팀장은 "벼농사를 기준으로 영농형태양광 맞춤 모듈을 개발했다"며 "작황 감소 최소화와 안전한 작물생산, 발전수익(농가소득) 극대화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제품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양산을 본격화하진 않고 있는 단계다. 아직 영농형태양광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영향이다. 관련법 시행으로 내년 3월 말 영농형태양광이 활성화되면 국내 출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향후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날 한화큐셀이 만든 두 종류의 모듈 아래서 재배되는 작물을 1대1로 비교하긴 어려웠다. 영농형 전용 제품 아래선 파를, 일반형 밑에선 벼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량 80% 안팎…농민 소득 보장·식량 안보 등에 기여

업계에서는 영농형태양광이 꼭 필요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국토 보존 ▲농민 보호 ▲식량 안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보존형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로 볼 수 있다. 기존 염해간척농지에 일반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영농단절과 농지 훼손이 있었던 것과 달리 농지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 인해 환경보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간 '녹녹(錄錄) 갈등'을 해소에도 기여했다.

또한 농촌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식량 안보 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직접적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는 농촌경제 활성화와 귀촌 인구 증가에도 긍정적이다.

임도형 동서발전 미래기술융합원장은 "영농형태양광으로 농가소득이 기존 생산성보다 50% 이상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농민들의 농가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우리나라의 미래 식량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되는 실질적 방안"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노지 경작 대비 수확량이 일부 줄어든다. 약 80% 수준이다. 농가소득 증가는 전력 생산이 작물 수확량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아 생산성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개념이다.

최근엔 스마트농업을 통한 농작물 생산성 확대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동서발전과 영남대는 공동연구를 통해 영농형태양광에 'LED 광원'과 '빗물 순환 기술' 적용 시 수확량 증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영농형태양광에 빗물 순환 기술을 적용했을 때 보리 수확량이 108.1%로 늘어났지만, 대파 수확량은 9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둘 다 적용했을 땐 보리 117.5%, 대파 138%로 수확량이 급증했다.

일부 작물의 경우 태양광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생육을 돕는 효과도 있었다. 폭염과 폭우, 태풍, 혹한과 같은 기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출처:영남대학교]

실제로 영남대 내 과수원에서 진행한 실증연구 결과 태양광 모듈 하부 농지의 포도 수확량이 일반 농지 대비 1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학 교수는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고 토양 속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전무)은 "영농형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하며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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